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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미워도 다시한번>의 메가히트는 정소영 감독을 한국 멜로드라마의 가장 대표적인 이름으로 만들었다. 그의 영화는 신파적 요소가 다분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를 적당한 선에서 절제하는 편이라서 깔끔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빠와 함께 춤을>은 1970년에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인데, 이 시기 정소영 감독은 이후 4편까지 만들어진 <미워도 다시한번> 연작을 계속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회를 거듭할수록 참신함을 상실하며 매너리즘에 빠지는 동안, 비슷한 시기에 만든 <아빠와 함께 춤을>은 깔끔한 멜로드라마로 만들어진 것 같다. 마치 <미워도 다시한번> 후편들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듯한 느낌이라면, <아빠와 함께 춤을>은 어느 정도 정성을 많이 쏟은 느낌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전형적인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세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악역을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관계보다는 어쩌지 못할 운명이라는 관점을 좀 더 부각시키면서 전형성에서 탈피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스타일적으로는 악역이 부재하다 보니 역시 갈등의 고리로는 아이가 등장한다.

 

결혼을 약속한 윤희(전계현)와 진우(최무룡). 그러나 결혼을 며칠 앞두고 기자인 진우는 해외 전쟁터로 출장을 가게 되고 급기야 실종되고 만다. 그러나 윤희는 이미 진우의 아이를 임신중이었다. 윤희를 짝사랑했던 친구 형준(남궁원)은 윤희를 미혼모로 둘 수 없어 그녀와 결혼한다.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후 진우는 멀쩡히 살아서 돌아온다. 그러나 진우는 그들의 행복을 빌며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윽고 15년의 세월이 흘러 불치병에 걸린 진우는 딸 혜란(이영옥)을 한번만 만나기 위해 귀국한다.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아이를 갈등의 고리로 삼고 있긴 하지만, 아이를 주고 받는 <미워도 다시한번>식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들이 이 영화를 어느정도 신파라는 미명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마지막 친아빠의 존재를 알게된 혜란과 진우의 감정의 고조가 좀 과하게 묘사되면서 장점을 좀 갉아먹는 건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함께 춤을>은 느낌은 좋은 영화였다. 여타 영화에서 인기에 비해 별 특징없어 보이던 최무룡의 연기가 눈에 들어왔고, 7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계의 대표적 여배우가 되는 이영옥의 어린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물론 김수현의 각본도 한 몫은 했을 것이다.


개봉 : 1970년 7월 31일 국도극장

감독 : 정소영

출연 : 전계현, 최무룡, 남궁원, 이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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