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은 참으세요 - 애마부인이 되기 전 안소영의 매력이 굿~

<오늘밤은 참으세요>는 <비오는 날의 오후 3시>, <벽속의 여자>등으로 유명한 박종호 감독의 후기작으로 1981년에 개봉되었다. 그의 대표작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성에 대한 관심이 남다름을 알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장르는 코미디로 가져갔지만 극의 흐름은 두쌍의 남녀가 보여주는 결혼에 얽힌 좌충우돌이다. 그러나 플롯을 끌고 가는 것은 선녀(이영옥), 애리(안소영)라는 두 명의 여주인공들이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 역시 여성을 중시하는 박종호 감독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았다.

 

영화는 재미있는 편이다. 정력을 주체 못하는 아들을 결혼시키기로 하고 마련한 선자리. 그러나 당사자인 선녀는 친구 애리에게 자신의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선녀는 이미 좋아하는 준하(하재영)가 있었던 것. 그런데 윤길은 바로 준하의 직장상사다. 이 두 커플이 얽히고 섥히며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이 코믹하게 전개되는 게 1부라고 친다면 2부는 결혼에 골인한 선녀는 남편 준하의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와 함께 시누이 때문에 골탕을 먹고 있다. 그러나 고된 시집살이에 울고 불고 하는 신파속 며느리가 아닌 당대의 신세대인 선녀는 시누이를 두들켜 패고 집을 나오게 되고, 애리는 결혼식에 나타난 남편의 옛여자 때문에 절대 잠자리를 하지 않으며 정력 충만 남편 윤길의 애간장을 태운다. 후에 애리는 선녀와 준하의 갈등을 잘 중재한 선물로 남편과의 잠자리를 허락한다. 그런데 알고봤더니 애리는 윤길보다 더한 옹녀였던 것. 윤길은 달려드는 애리를 피해 나무 위에까지 올라가게 되는 지경에 이르며 영화는 끝.

 

영화 만듦새가 촘촘한 편은 못된다. 갈등은 단편적이고 해결은 피상적이며 갑작스럽다. 그래도 느슨하지만 코믹한 장면에서는 꽤 웃기는 편이다. 남녀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한쪽의 입장만 강요하기 보다는 서로 절충하는 스토리는 편하게 다가온다. 스타일적으로는 당시 코미디영화를 많이 만들었던 심우섭 감독의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주로 멜로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었던 박종호 감독이 갑작스럽게 경력의 후기에 코미디를 만든 것은 흥행에 대한 욕심때문이었겠지만 아쉽게도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연출적으로 할 말은 별로 없는 영화다. 하지만 1년후 <애마부인>으로 정상에 등극하게 될 안소영이 이미 꽤 육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더군다나 안소영은 메인 타이틀롤이라 할 이영옥을 능가하는 존재감과 매력을 과시한다. 또 하나는 바로 이 영화의 음악을 신중현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 영화의 시작과 끝을 확실하게 어필시키는 주제곡은 영화자체보다도 더 뛰어나더라는 것.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노래가 입에 착 달라붙어서 이렇게 흥얼거리게 된다. 오,오,오,오 오늘밤은~~~~ 참으세용~~~ 오,오,오,오, 오늘밤은~~~~~참으세용~~~

개봉 : 1981년 8월 13일 허리우드극장

감독 : 박종호

출연 : 이영옥, 하재영, 안소영, 임정하, 김진규, 박옥초, 서영춘, 여운계, 유계선, 김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