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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제 감독의 <모비딕>은 정부 위의 정부라 할수 있는 끝없는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이 있다는 것. 그들이 어떤 결정적 순간에 거대한 사건을 일으키고 여론을 조작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한다는 음모론을 중심에 놓고 있다. 영화가 1994년에 발암교라는 다리에서 의문의 폭파가 일어나 끊어진다는 설정에서부터 다분히 성수대교 붕괴를 떠올리게 하고, 그 외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설정을 통해 최근의 사건을 연상하게 하면서, 시의적절한 흥미를 유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윤혁(진구)이 나타나고, 이방우(황정민)기자가 사건에 개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면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타이트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영화에 임팩트를 터트릴 만한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만 것 같은 느낌이다. 이방우 기자와 손진기(김상호) 기자의 대립은 너무 쉽게 마무리 되고, 이방우와 후배 기자(김민희)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긴박감이 부족했던 것도 영화를 좀 심심하게 만든다. 결정적인 제보를 하게 되는 손진기 기자의 정보원에 대한 미스테리도 매끄럽게 영화속에 녹여내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인물축이라 할 윤혁과 보안사간의 추격전마저 박진감을 살리지 못한 편이라, 영화는 더욱 심심해 지고 말았다.
나는 <모비딕>이라는 영화의 거의 2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를 적절하게 컨트롤하면서 한방을 터트리는 타이밍이 없고, 그렇다고 인물들의 개성을 잘 살려냈다고 할 수 없는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영화가 될 법도 하다. 결국 이 영화가 밋밋하게 보인다면 그것은 리듬을 조절하는데 실패한 초보감독의 서투름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역시 편집이 상황을 타이트하게 조여주지 못한 탓도 크다고 본다.
무언가 애매모호함을 위해 질주하는 이방우 기자를 맡은 황정민이 영화의 스타일에 맞게 뭔가 멍~~하게 보이도록 연기하면서 관객들도 뭔가 알 듯 모를 듯 한 상황에 몰입시키려 한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런 애매모호한 음모론을 다룰수록 주인공은 사건에 어리둥절 휘둘리더라도 어떤 명확성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모비딕>의 주인공 이방우, 윤혁은 그런 힘을 느끼게 하는데는 부족해 보였다.
박인제 감독의 <모비딕>은 분명 음모론을 다룬 헐리우드의 영화를 벤치마킹하면서 한국영화장르에 안착시키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설익은 복숭아로 남은 아쉬움은 있다. 헐리우드 영화의 리듬과 좀 더 복잡하게 전개되는 내러티브를 더 배울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그런 후에 한국적 상황과 잘 연관시킨다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소재는 매우 매력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봉 : 2011년 6월 9일
감독 : 박인제
출연 : 황정민, 진구, 김민희, 김상호, 이경영, 김보연, 정만식, 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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