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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훈 감독의 <블라인드>를 보고 나면 ‘정말’ 무난한 영화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 딱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그대로 따라간 영화라는 생각. 그러다보니 인물의 성격화나 내러티브 구조등이 한치의 어긋남없이 예상가능한 범위내에서만 진행된다. 그런데 재미있다. 진부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스릴러 영화에서가장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딱 그만큼의 재미는 보장하는 느낌. 새로운 것을 봤다는 흥분은 없지만 익숙한 풍경속에서 편한 느낌. 번득이는 아이디어나 재능도 없이 새로움만 추구하다 낭패 보느니 적당한 예산에서 흥행을 예상하고 딱 그만큼 조심스럽게 만들면 예술적 성취는 없더라도 대중오락영화로서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해낸다는 생각. 든다.
사고로 실명한 주인공 수아(김하늘)가 있다. 자신의 실수로 동생을 죽게 만든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여주인공 수아의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달려 가겠구나 ‘딱’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가 휘말리게 될 사건이 등장하고, 또 죽은 동생 또래의 등장인물 기섭(유승호)이 등장하며, 죽은 동생의 상징적 대체물이라는 거 ‘딱’ 떠오른다. 물론 수아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이번에는 기필코 기섭을 지키려고 애쓸 것이며 결국 지켜낼 것이다. ‘딱’ 떠오른다. 또한 살인마는 나타나야지 하는 그 시점에 '딱' 맞춰 본색을 드러낸 후, 지정된 자리,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예상 가능한 행동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런 어두운 분위기를 좀 풀어줄 수 있는 등장인물도 ‘꼭’ 필요하다. 수아와 협력해 살인마를 쫓는 조형사(조희봉)는 ‘딱’ 그만큼 활달한 성격으로 등장한 후, 적절한 시점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위기감을 상승시키며 내러티브를 결말로 이끈다. 클라이막스의 수아와 살인마의 대결. 지섭을 지켜내면서 모든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해피엔딩. 그리고 빠질수 없는 꼭 한템포 늦게 나타나는 경찰까지. 모든 것들이 예상가능한 범위내에서 움직인다. 연출까지도 말이다.
안상훈 감독의 <블라인드>를 욕심없는 영화라고 말하련다. 다시 한번 그렇다고 나쁜 영화, 재미없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 관객에게 영화적 성취의 카타르시스 대신 기본적인 재미를 제공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는 영화. 좀 더 벌면 좋고, 대신 손해는 안보겠다는 영화. 음..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은 넘겼었나? 나는 본전생각은 안나던데...^^
개봉 : 2011년 8월 10일
감독 : 안상훈
출연 : 김하늘, 유승호, 조희봉, 박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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