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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츠코라는 중년 여자. 사랑하는 사람도, 친한 친구도 없이 혼자 살면서 매일 집에서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을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반복한다. 어느날 조카 미카가 자신의 영어수강증을 엄청난 돈으로 사 달라는 엉뚱한 부탁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조카 대신 간 영어학원에서 만난 존에게 루시라는 영어 이름을 받게 되고, 루시는 영어 강사 존에게 집착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존은 미카와 미국으로 가버린다. 학원에서 만난 일본인 톰이라는 수강생조차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세츠코/루시는 미국으로 존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런 여자 어떤가? 친언니에게 자신의 남자친구를 뺏겼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언니의 딸인 조카 미카의 남자친구를 뺏기로 결심해버리는 여자. 이렇게 놓고 보면 뭐 이런 이상한 여자를 넘어 집구석이 다 있나 싶다. 하지만 이건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실 친언니와 형부와 얽힌 관계가 명확한 건지 영화속에서 확인할 길은 없다.
대놓고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히라야나기 아츠코감독의 <오! 루시>는 외로운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것도 누구의 탓도 아닌 본인 스스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등한시해서 생긴 결과로 보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루시에게 감정이입하기도 힘든 편이다 보니 그다지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오!루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인간과 인간, 남자와 여자같은 살아가는데 있어 서로 맺는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말하고자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루시가 그토록 지독하게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건 관계를 오판하거나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루시는 다가오는 톰대신 떠나간 존을 찾아 미국으로 가는 오판을 한다. 그나마도 공감대를 형성했던 조카와의 관계마저 끝장을 내고 모든 걸 망가뜨린 후에 일본으로 돌아온다.
영화속에서 흥미로운 건 두 개의 퇴임이다. 하나는 초반부 늙은 여직원의 퇴임으로 모두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루시의 퇴임은 조롱속에서 모두의 기쁨이 된다. 이것 역시 루시 본인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에 씁쓸해도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누구의 침범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쓰레기로 장막을 친 자신의 집에서 자살을 기도한다. 친언니조차도 들어가지 못했던 그 공간에 톰이 들어간다. 이제 그녀는 톰이 내민 손을 잡을 것인가? 루시는 다시 처음부터 관계 맺기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어떤 남자가 자살했던 지하철 역사에서 루시는 톰을 껴안는다.
좋아요 : 루시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따라가나면
아니요 : 루시의 좌충우돌 코미디를 기대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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