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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흙>은 1960년 권영순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면서 소설의 계몽적 색채를 의식하고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인물과 인물의 애정관계에 더 관심을 보이며 멜로드라마적으로 영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여러명의 인물도 단순화 하여 허승(김진규)과 정선(문정숙) 그리고 시골처녀 유순(조미령)의 삼각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설 <흙>에서 보여주는 일제강점기의 계몽주의는 한국전쟁 후 발전을 도모하던 50년대 후반의 시대상황에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권영순 감독이 당시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를 위해 가져왔을 장르인 멜로속에서 계몽이라는 주제를 적절하게 조화시키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었다. 가장 부각되어야 할 주제라고 할 고학생 허승의 계몽사상이 표피적으로 다루어지다 보니 멜로드라마적 내러티브속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마치 ‘옳은 일이니 하라’는 식의 강요로 보여진다. 또한 그에게 영향을 받은 인물들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키다 보니 그들의 심경의 변화가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예전 한국영화를 볼 때마다 보여지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영순 감독의 <흙>은 생동감도 많이 느껴지는 영화다. 우선 허승의 아내인 정선역을 맡은 문정숙의 연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며 기차에 뛰어들기 전까지 그녀의 캐릭터는 영화에 힘을 부여할 정도로 생생해 보였다. 물론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보이며 신파적인 연출과 연기를 보여주는 후반부에서 그 힘을 상실하긴 해도 말이다. 두 번째는 음악이 무척 좋았다는 것이다. 50~60년대 활동했던 음악가인 김성태의 음악은 축 처지려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의 음악이 권영순 감독이 실패한 허승의 계몽이라는 주제를 그나마 살려내면서 영화의 완성도에 일조함으로써 가장 좋은 영화음악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개봉 : 1960년 1월 28일 국도극장

감독 : 권영순

출연 : 김진규, 문정숙, 조미령, 박암, 이빈화, 김승호, 김동현, 최남현, 황정순, 주선태, 성소민

        황해, 허장강, 조항, 한은진, 정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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