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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생들이 주축이 된 얄개시리즈는 고교얄개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1977년부터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승현, 김정훈, 진유영, 강주희등이 돌아가며 주요 배역을 맡고 있고, 김응천, 석래명, 문여송 감독이 청춘영화 3인방으로 이야기되곤 했다. 하지만 <괴짜 만세>는 61년 <서울의 지붕밑>으로 데뷔했던 중견 이형표 감독이 연출하고 있지만 3인방 감독과 차별될 만한 새로운 시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얄개 시리즈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적당하게 이야기를 얽어내고 있다. 그러나 <고교 우량아>등에 비해서는 플롯의 전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고 재미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보면 김응천이나 문여송 감독에 비해 이형표 감독의 실력이 한 수 위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어쨌든 남고생이 주축이 된 얄개물은 임예진의 순정하이틴물과는 좀 다르게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임예진이 중심이 된 영화들이 보통 학교의 모습과 더불어 주인공의 연애를 멜로드라마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 얄개시리즈에서는 학교를 중심에 두는 것은 똑같지만 주제적으로는 좀 더 포괄적인 대의적 접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얄개의 주인공들은 항상 이타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짖꿎은 장난을 치다가도 항상 결말에서는 가난한 친구를 돕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던 고교얄개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당대의 사고가 젠더로서의 여고생과 남고생에게 기대하는 방식이 달랐던 것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여고생을 개인의 영역에 가둬두면서 국가의 미래 대신 가정의 안정을 도모하는 존재로 보았다면, 남고생들은 忠, 信등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국가를 이끌어가야 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형표 감독의 <괴짜 만세>에서도 역시 가난한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김형기(이승현)이라는 캐릭터를 이상화한다. 하지만 얄개시리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난에 대한 묘사를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축소하면서 서로 도우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함으로써 모순된 사회구조의 국가적 책임은 회피하는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개봉 : 1977년 6월 18일 허리우드극장
감독 : 이형표
출연 : 이승현, 강주희, 진유영, 최유리, 김성원, 한문정, 이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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