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하이틴 영화의 대표주자인 김응천 감독도 임예진-이덕화 콤비와 함께 영화를 찍는다. 76년에 발표한 <푸른 교실>이후 77년에 개봉된 <첫눈이 내릴때>는 여고생용 순정하이틴 멜로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막 예비고사에 합격한 음대 지망생 혜영과 대학 1학년 기철이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혜영이 대학입시의 합격소식을 듣고 만나기로 한 그날. 불행히도 혜영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두다리가 마비되고 만다. 좌절속에서 차츰 희망을 잃어가는 혜영과 그녀를 보듬는 기철의 사랑은 결국 혜영의 다리 마비가 풀려 걷게 되는 기적을 만들고야 만다.
영화가 시작되고 초반부 혜영(임예진)과 기철(이덕화)이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알콩달콩 그럭저럭 재미가 있는 편이다. 어떻게든지 반항을 해야만 매력남이라고 생각을 했던건지 기철은 재혼한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품고 있는 상태고, 혜영은 언니와 가난하게 살고 있는 고아라는 설정도 친근하다는 거.^^
하지만 혜영이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치료 받는 모습이 부각되는 장면부터는 꽤 지루하게 흘러간다. 공간도 밋밋한 입원실을 중심으로 진부한 장면을 이어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난한 자매라는 설정으로 인해 장학금을 받아야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혜영이 입원하고 있는 병실은 초호화 1인실처럼 보이고, 혜영의 언니는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고급스런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은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장면임과 더불어 연출자의 무성의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기철의 아버지의 태도변화에 대한 단서가 없다는 것은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될 정도다. 하지만 단순히 의상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들의 핍진성의 여부만으로도 영화가 얼마나 풍부해질수도 있고, 빈약해질수도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첫눈이 내릴때>는 제목이 말해주듯 그저 순정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다. 아마 그땐 어쩌면 이런 영화와 내러티브가 통하는 시절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70년대는 나의 환상속에서 자리잡아 간다.
개봉 : 1977년 7월 1일 국제극장
감독 : 김응천
출연 : 임예진, 이덕화, 진유영, 손창호, 김영애, 김진규, 성명순
'한국영화 > 197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 기묘하고 오묘한 박노식 감독의 세계 (0) | 2018.09.23 |
---|---|
괴짜만세 - 이형표 감독의 하이틴 영화 (0) | 2018.09.23 |
여수 407호 - 당시 유행하던 여죄수 소재의 착취물의 한국판 (0) | 2018.09.22 |
낙동강은 흐르는가 - 학도병의 시선으로 그려낸 전쟁의 참상 (0) | 2018.09.22 |
가깝고도 먼 길 -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반공영화 (1) | 2018.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