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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407호>는 몇 달 후에 개봉되는 <속 여수 407호>와 함께 신상옥 감독이 납북되기 전 마지막으로 만든 영화다. 이미 70년대 중반은 한국영화의 암흑기로 불리며 이중삼중의 검열로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상옥 감독의 입장에서도 영화사의 허가가 취소되는 등 위기에 봉착한 시절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여수 407호>는 신감독의 재기를 도모하는 영화였던 듯 오락적 흥미로만 따진다면 의외의 수확이라 할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모양새만 따지고 본다면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의 테스트용 영화로 적당한 소재다. 신상옥 같은 대가가 굳이 덤벼들 영화는 아니라는 것.
<여수 407호>에는 당대 흥행영화를 위한 모든 클리쉐가 총 집합한 영화처럼 보인다. 전세계의 B급 영화시장에서 한정된 공간에 여인들을 모아놓고, 그녀들의 육체를 전시하면서 착취하는 스플로테이션 영화는 흥행에서도 꽤 짭짤했고, 우리나라에도 홍콩과의 합작으로 알려져 있는 <여감방>이라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빠삐용>같은 탈옥영화의 구색, 남자에게 버림받고 복수하는 여인과 같은 신파멜로영화적 구색까지 버무리면서 신상옥 감독은 자신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했다고 나름 추측도 해 본다. 일제강점기와 독립군과 금괴라는 설정은 당대 남성 액션 영화의 주요한 소재였다. <여수 407호>는 이런 액션 영화의 소재를 상당부분 차용하면서 주인공을 여성 죄수로 설정하면서 에로틱한 분위기까지 덤으로 부여한 셈이다.
남자친구인 하륜에 의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강희의 복수극인 이 영화는 강희가 어떻게 진실을 알게 되고 탈옥을 하고 복수에 성공하는 일련의 과정의 서스펜스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본다면 다소 진부한 편에 속할지도 모른다.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과 탈옥의 반복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작 복수는 싱겁게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상옥 감독은 이런 결점을 다른 요소로 잘 메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눈요기로서의 시각성 외에도 다소 거칠긴 해도 편집이 사건을 부드럽게 잘 이어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감독의 장인적 솜씨가 그런대로 영화를 구해내고 재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이 외에도 합작은 아닌 듯 하지만 여주인공 강희역을 맡은 엽영지를 비롯 홍콩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 TV 탤런트인 허진도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소장 역을 맡은 진봉진의 연기도 좋아보였다.
개봉 : 1976년 2월 27일 스카라극장
감독 : 신상옥
출연 : 허진, 진봉진, 엽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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