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단 공포영화라는 것을 감안해서 약간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윤교 감독의 <망령의 웨딩드레스>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심하게 든다. 논리적으로 끼워 맞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말이 안되는 상황을 복선이나 다른 인물을 우회한 설명등을 통해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망령의 웨딩드레스>에서 정임(선우은숙)은 김사장(정세혁)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후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는 실제 죽은 것이 아니며 어린 시절 김사장 때문에 억울하게 자살한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 귀신놀음을 했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갑자기 “사실은 나 복수하는 중이었소”라고 돌변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정임이 귀신으로 등장하다가 실은 그녀가 귀신이 아니다라고 스토리가 변경될 때 그 전에 쭉 보아온 귀신으로서의 정임의 설득력은 갑자가 뚝 떨어져 버린다. 신경쇠약 직전인 김사장이 보는 귀신으로서의 정임은 그렇다 쳐도, 아내에게 나타난 귀신으로서의 정임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는 설정은 뭔가 설명이 있었어야 했다. 아내에게까지 신경쇠약을 뒤집어 씌울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별장지기 노인이 정임을 도와주고 있었다는 설정을 조금이라도 삽입했더라면 이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한 공포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나름 반전을 노렸을 이 부분이 서프라이즈 대신 실소를 동반하면서 영화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다.
귀신이 알고봤더니 사람이더라는 설정은 한국영화에서 비교적 흔한 편이다. <마의 계단>도 그렇고, <귀화산장>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중호 감독의 <흑진주>에서도 등장하듯 비교적 흔한 소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되었을 걸 박윤교 감독은 그걸 잘 마무리 하지 못했고, 덕분에 자신의 영화를 황당한 영화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개봉 : 1981년 4월 16일 서울극장
감독 : 박윤교
출연 : 선우은숙, 정세혁, 서정아, 이향, 김석훈
'한국영화 > 198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로 간 처녀 - 부조리함 그녀의 외침 (0) | 2018.09.22 |
---|---|
레테의 연가 - 여성 관객을 겨냥한 영화 맞나요? (0) | 2018.09.22 |
망령의 곡 - 며느리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0) | 2018.09.21 |
열 아홉살의 가을 - 무전여행을 통해 깨닫는 삶과 가족 (0) | 2018.09.21 |
나비품에서 울었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임권택 감독의 작품 (0) | 2018.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