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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시절부터 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만나요를 무척 좋아했다. 그가 솔로로 데뷔하기 전에 물레방아라라는 팀으로 발표한 순이 생각도 좋아했었고, 그의 마지막 메인스트림 히트곡이라 할 얼룩진 상처까지 좋아했던 걸 보면 나도 꽤 그의 팬이었던 모양. 어쨌든 초등학교시절 담벼락에 붙어있던 장미희와 함께 출연한 영화 <슬픈 계절에 만나요>는 꽤나 보고싶던 영화중의 한편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30여년뒤에 드디어 이 영화를 비디오로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3000원 주고 구입한 비디오가 어찌나 구리구리뱅뱅인지 90분짜리 영화를 보는 동안 헤드만 다섯 번을 닦아야 했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이 영화가 어땠을까? 아~~~ 슬픈 계절은 사계절에 속하지 못해서일까? 박남수 감독의 1981년도 개봉작 <슬픈 계절에 만나요>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밖에...
한국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지지하려고 하지만 내 맘대로 안되는 게 또 한국영화에 대한 짝사랑일터... 제작자 아찌, 감독 아찌야, 백영규의 인기에 영합해 흥행 한번 시켜보고자 결심했다면 어느 정도는 되는 물건을 만들어야지. 이게 웬일이니? 나, 비디오 헤드 다섯 번이나 닦았다고 이러는거 아니야. 진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발연기 때문에 이러는 것도 아니거든. 이렇게 우려먹고 우려먹어 사골이 맹물이 되었으면, 잡뼈라도 사서 넣고 다시 끓여야지, 이렇게 재탕, 삼탕... 아무리 1981년이지만 이거 너무 뻔하잖아~~~~~
지하철에서의 영규와 설희의 만남. 미소 한번씩 교환하시고 호감 상승.
우연히 두 번 세 번 겹치며 만남이 이어지고,
하지만 알고 봤더니 영규는 가난한 가수 지망생.
재능은 있는데 돈이 없다.
이때 짠 하고 나타나시는 돈만 많은 젊은 사업가.
미모의 설희에 반해 버린다.
영규를 위해 사업가의 돈과 자신의 육체를 맞바꾸기로 결심한 설희.
마지막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사랑을 확인하고 바로 실종모드로 돌입.
방황하던 영규는 ‘이 못난 놈’ 하면서 두드려 패는 친구에 의해 힘을 내고
노래가 히트하고 10대가수상 신인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설희는 사업가인 남자가 알고보니 사기꾼이고(이 부분은 비디오에서 삭제되어 있음)
타락의 늪으로 빠지지만, 그녀를 잊지 못하는 영규와 극적으로 해후하고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
닳고 닳은 스토리지만 이런 신파도 그냥 전형적으로라도 만들면 그럭저럭 무난하게 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그저 '잊지는 말아야지', '슬픈 계절에 만나요'같은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개봉 : 1981년 8월 21일 서울극장
감독 : 박남수
출연 : 백영규, 장미희, 김희라, 서정일, 박상규, 허진, 강계식, 남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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