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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를 버리고 대의명분을 위해 뛰고 나르고 구르는 멋진 것들.

국가와 국민을 위기에 처하게 하는 자들을 체포하여 수갑을 채우는 멋진 것들.

그래서 뭇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어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주인공인 것들.

은 바로

7급 공무원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국가정보원 소속의 요원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항상 대기 3분전인 상황이라

진득한 눈빛 교환하고 막 작업 들어가기 3분전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도

바로 세운 거 내려놓고 바람같이 뛰어 나가 범인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야한다.

그러다보니 사랑에 수갑 채우기는 오시마 빈 라덴의 손목에 채우기보다

어렵게 되고 말았다.


신태라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할리우드 첩보영화의 컨벤션을

모두 가져온다. 특히 7급 공무원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트루 라이즈를

많이 떠올리게 만드는데 여기에 코미디적 상황설정, 로맨틱 코미디 구조에 ‘

양념격으로 가족드라마의 요소까지 총 망라해 본다.


흥행을 위한 관객과의 치열한 두뇌싸움에서 이기는 비밀은

히트한 할리우드 영화의 구조에 된장을 얼마나 솜씨있게 풀어

구수한 된장찌개로 만드는가에 달려있다.


즉, 이 영화는 지혜롭게도 무조건 할리우드적 물량공세만 퍼부으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된장찌개에는 스팸과 버터, 파슬리가 아니라

두부와 파, 호박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기본적인 레시피를 몰라 이상야릇오묘한 된장찌개를 만들어낸

한국영화가 얼마나 많았는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7급 공무원은 가장 익숙한 컨벤션을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다. 할리우드 영화적 구조와 플롯 구성은 대규모 흥행을

노렸을 이 영화가 선택한 가장 안전한 보호망이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성패는 결국 데이트 3분전

지금 울릉도에 있다고 전화하면서 상대방 앞을 태연하게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얼마나 완성도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그려 냈느냐에 달려 있었고

이 부분에서 캐릭터들의 모습을 꽤 성공적으로 그렸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정말 한국적인 상황이라 한국인들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코드들.

예를 들어 남자화장실 청소부로 변장한 수지가 헤어진 남친과 만나는 에피소드.

재준의 어머니에 대한 마마보이적 에피소드.

재준과 상사인 과장과의 형제애적 에피소드.

더불어 마지막 장면이 전형적인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태도를 보여주는

수지의 모습으로 마무리한 것은 서구적 액션코믹영화의 표피를 확실하게

한국영화적으로 마무리 짓는 나름 유쾌한 결말이라고 생각된다.


7급 공무원을 나름 재미있게 보았고 그 이유를 생각하다보니

된장찌개를 제대로 끓여내야 한다는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유치하다면 유치한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관객동원을 취우선 목표로 한 영화가 참고해 볼만한

정석을 나름대로 제시한 꽤 재미있는 오락영화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개봉 : 2009년 4월 23일 

감독 : 신태라 감독

출연 : 김하늘, 강지환, 류승룡, 장영남, 강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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