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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의 첫 서울 데뷔 무대에서 데블스의 리더이자 싱어인 상규(조승우)는 처음 들어보는 

생경한 사운드에 반응이 없는 관객들을 향해 어리광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다같이 불러요"


다같이 불러요. 나는 이 대사가 이 영화의 전부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다같이'라는 말속에 숨어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대사와 함께

시대적으로 70년대와 음악적으로 70년대가 마주한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싸우고 화해하고 어깨동무하고 무너졌을까?

최호 감독은 70년대가 '다같이'라는 문구로 종횡무진 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타이틀과 함께 제시되는 화면은 70년대의 대표적 개발의 이미지를 전시한다.

'다같이 잘 살아보세'라는 신성불가침의 어휘는 확장되고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면서 

개발독재/유신의 뿌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대담론은 고고 70에 등장하는 우리의 주인공들이 처한 환경이므로 그들의 미시사에는 그

다지 영향을 주진 않는다. 미 8군 무대를 배경으로 미국 흑인들의 음악은 soul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의

주인공들 역시 잘 살아보기 위해 두개의 그룹을 하나로 만들기로 한다. 여기서 다시 '다같이'의 의미는

적용된다. 그리고 좀 더 SUB 플롯을 찾아본다면 우리나라의 락음악이 미 8군으로 부터 비롯되었으며, 좀

더 확장하면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정체성도 미국이라는 나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더불어 품어

낸다.


하지만 '다같이'라는 친근한 말 속에는 감당하기 힘든 파시즘의 씨앗도 같이 자란다.


'다같이' 어깨동무하고 '너와 내'가 잘 살면 좋으련만, '다같이' 어깨동무하며 '너와 나'는 사라져버리

길 시대가 요구하니 엉뚱해진다. 더군다나 '너와 내'가 아닌 '전체'가 되길 강요하니 문제가 된다. 그러

므로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강요하거나 기타등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70년대적인 단속의 풍경이 굳

히 영화속의 이미지로 재현되지 않더라도 당대를 지나온 한국인 이라면 씁쓸한 웃음과 함께 떠올리게 된

다. 또한 무수한 영화에서 그 코미디적인 이미지는 차용되어 오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아닌

당대에 그 이미지를 희화화시켜버린 하길종의 용기와 똘끼는 존경심을 품어 마땅하다.^^


<고고 70>은 그 시대적 희화화를 데블스라는 한 락 그룹사운드속에 축약시킨다. 그들이 그룹사운드가 되

기 위해서는 다같이 하나의 데블스가 되어야 하지만 그들은 또한 개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욕망은 충돌한

다. 그러므로 데블스의 '다같이'와 시대가 요구한 '다같이'는 사실상 동일한 것이지만, 시대가 파시즘으

로 흘러간다면 그래도 개인은 저항의 몸짓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감독은 희망을 보려고 하는 것일수도

있다.


지금 이 시절에 이 영화는 상당히 시의적절했다고 보여지지만 흥행에 그다지 성공하진 못했다. 그 원인

을 영화가 품고 있는 야망보다 영화의 스타일이 좀 평이했기 때문이라고 쉽게 생각해버려도 되는 걸까?


그럼 원인이 뭐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다같이' 한번 생각해보죠? 할 밖에...^^


개봉 : 2008년 10월 3일

감독 : 최호

출연 : 조승우, 신민아, 이성민, 차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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