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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우량아는 석래명 감독의 고교얄개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같은 영화사에서 내놓은 김응천 감독의 속편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사와 석래명 감독과의 불화로 각각 따로 속편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뒤이어 석래명 감독은 <얄개행진곡>이라는 속편을 내놓는다. 기록상으로는 얄개행진곡이 더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KMDb 참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흥행을 위한 치열한 속편경쟁을 벌여 만든 이 영화가 얼마나 함량미달의 작품인가 하는 것일 테다. 김응천 감독은 이전에도 임예진을 주연으로 한 하이틴물과 대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캠퍼스물을 통해 청춘영화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감독이 되었다. 그러나 한번쯤은 김응천 감독이 발표하고 있는 하이틴 영화들의 수준이 어떤가에 대해 눈 질끈 감고 한번 냉정히 따져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의 영화는 완성도를 별개로 하더라도 보는 재미는 있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면죄부는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다.


우선 고교 우량아는 급조된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아쉽다. 더불어 영화를 이끌어갈 갈등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90분동안 관객을 몰입시키는 방법으로 제시된 몇 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진 내러티브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여 응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건 아마 이 영화가 할말이 없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감독의 연출력 부재를 아쉬워 하기에는 이미 김응천은 당시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어가는 베테랑이고 보면, 그저 카메라 옆에서서 레디고만 외치는 입만 살아있는 감독이라는 비판이 있더라도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아야 한다.


어쨌든 갈등이 실종된 자리에는 말장난과 개그만 난무한다. 그리고 마치 주입식 교육처럼 내러티브와는 무관하게 삽입되는 경로사상에 대한 고리타분 도덕교과서적인 강요는 가벼운 개그로 점철된 영화에 나름 감독의 주제의식을 담으려는 시도로 보이나 감독의 연출력이 부재하다 보니 그냥 공중에 떠서 허공에서 부서져 버린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지루한 장면일 것이다. 당대 청소년들의 고민을 그들의 시각에서 담아달라는 요구까지는 바라지도 않겠지만, 각 에피소드의 얼개정도는 맞춰달라는 주문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영화의 완성도를 걸고 넘어지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보다 못한 영화는 얼마든지 있다. 하이틴영화가 적은 제작비로 단기간에 만들어 청소년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또한 말장난과 개그가 어느 정도의 재미를 부여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고 나도 허허실실 웃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몇 가지 코믹한 상황과 이성교제에 대한 환상, 권위의식이 없는 기성세대에 대한 바램만으로 영화를 만들었더라면 이 영화는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50분 정도의 분량만 준비된 채 나머지 40여분을 채우기 위해 경로사상과 뜬금없는 도둑 에피소드를 쥐어짠 영화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개봉 : 1977년 4월 30일 국도극장

감독 : 김응천

출연 : 이승현, 김정훈, 강주희, 진유영, 이동진, 하명중, 정윤희, 김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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