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전쟁이 끝나고 2년후 개봉된 김홍 감독의 자유전선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차지하고라도 조금은 황당하게 느껴졌다.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강요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역력한 프로파간다 영화라고 할 만 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6.25가 터지기 하루전의 상황으로 주인공인 성호, 성희남매와 북의 군인이 된 성희의 애인 창환의 에피소드다. 공산주의를 강하게 경멸하는 캐릭터를 통한 긍정적인 국민으로서의 이미지 만들기에 집중한다. 이렇게 관객들은 그들과의 동일화를 통해 국민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요구받게 되는 셈이다.
둘째. 본격적인 전쟁 에피소드다. 성호, 성희 남매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까지도 전쟁에 대한, 즉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며 오히려 적 앞에서 할말 다하기도 하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조금은 비현실적인데, 영화속에서 기계라며 비판하는 공산주의형 인간을 오히려 남한의 국민에게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국민의 목숨보다 저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야기가 UN군이라는 설정이다. 지옥에 빠진 나라와 국민을 구하러 온 그들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영화속에서 강하게 강조된다. 자신을 희생해가며 흑인병사를 구한다거나, 낙오된 미군병사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 형제애를 강요하는 장면들은 어떤 면에서는 당시의 이승만 정권이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국민들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역사적으로 조국이 백성을 구해낸 전례가 드물어서 인가? 전쟁이 날 때마다 끊임없이 명나라와 청나라 등 외세의 도움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많아서인가? 여전히 당대의 대중들은 UN군을 통해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간절하게 형성되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흑인 병사를 구하기 위해 눈을 잃은 성호, 성희 어머니의 죽음은 애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성희의 피가 백인 병사에게 수혈되는 장면을 통해 형성되는 혈연의 교환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더 치중하는 듯하다. 비로소 미국의 혈연이 되었다는 이 기이한 완성은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지 10여년만의 상황에서 다시 외세를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기이하기까지 한 느낌을 동반했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수용하려 했던 대중의 시선까지도 말이다. 이것이 당대의 대중의 일반적인 정서였을 것이라고 김홍 감독의 <자유전선>은 외연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세 번째, 북한의 군인이었던 창환의 속죄로 짧게 이루어진다.
<자유전선>은 정말 재미가 별로 없는 영화였다. 오히려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외연이 더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이렇게 UN군과의 형제애를 강조하는 영화는 같은 해 만들어진 전창근 감독의 <불사조의 언덕>이라는 작품도 있다. 어쩌면 이토록 미국과의 관계를 혈연으로서 강조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절박함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한 것이 참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이다. 어쨌든 프로파간다는 성공했고 당시의 평범한 대중은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와 미국에 대한 환상을 뼛속 깊이 내면화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이승만 정권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어쩌면 생존의 한 방편으로서의 망각이었을 것이다. 별 볼 일 없는 영화를 통해 별 볼 일 있는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영화가 가지는 힘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여 생각해 본다.
영화는 정확하게 북은 악, 남은 선이라는 흑백논리 위에서 진행된다. 그러므로 북의 뒤에 있는 소련은 세계의 평화를 파괴하려는 악이요. 남의 뒤에 있는 미국(을 포함한 UN)은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선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또한 어쩌면 이런 정서가 당대의 국민적 정서와 일맥상통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개봉 : 1955년 4월 26일 시공관
감독 : 김홍
출연 : 배석인, 주증녀, 조항, 노재신, 임운학
'한국영화 > 1930 ~1950년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국정원 - 한국 최초의 홍콩합작 영화 (0) | 2018.09.14 |
---|---|
마음의 고향 - 1940년대 한국영화 최고의 걸작 (0) | 2018.09.14 |
자유만세 - 대표적 친일감독 최인규의 해방 후 영화 (0) | 2018.09.14 |
오부자 - 유쾌한 아들 4형제의 좌충우돌 결혼대작전 (0) | 2018.09.09 |
모정 - 대배우 안성기의 7살 시절의 깜찍한 연기 (0) | 2018.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