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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신호에게 8년전 헤어졌던 혜영이 연락을 해 온다. 혜영은 8년전 서울에서 하숙을 할 때 총각으로 행세하면서 만났던 여자. 무척 사랑했지만 시골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올라오면서 헤어지게 되었던 것. 혜영은 아들 영신의 장래를 위해 아빠인 신호가 키워주기를 원한다. 모질게 결심한 혜영은 아들과 뼈아픈 이별을 한다. 신호의 아내는 남편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영신을 받아들이고 정성껏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엄마를 그리워하던 영신은 엄마를 찾으려다 밤 늦은 시간에 집에 오게 되고, 화간 난 신호가 영신을 때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혜영은 다시 영신을 데리고 묵호로 돌아간다.
1968년에 흥행에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고무신 관객이라 불렸던 여성관객들이 많이 몰렸던 작품이면서 굉장한 신파영화처럼 알려져 있지만 <미워도 다시한번>은 그렇고 그런 신파 영화로 폄하될 영화는 아니다. 나는 이 영화가 정소영 감독의 야심이 꽤 크게 들어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멜로드라마라는 틀 속에서 신파적 클리쉐가 빈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혜영이라는 인물이 지리멸렬하게 옷고름에 눈물만 찍어내는 캐릭터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녀는 의외로 1968년 당대의 현대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희생하긴 하지만 그 희생도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이 아주 좋았다. 문희가 아주 좋은 연기를 통해 혜영이라는 인물을 살려낸다. <미워도 다시한번>에서 사건의 원인은 우유부단한 신호에게 있지만, 그 사건을 극복해 내는 건 혜영과 아내. 바로 두 여자들이다. 그래서 <미워도 다시한번>은 두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신호는 끝까지 우유부단하지만, 사건 하나 하나를 결단력 있게 매듭지어나가는 두 여성을 보다보면 여자가 더 강하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개봉 : 1968년 7월 20일 국도극장
감독 : 정소영
출연 : 문희, 신영균, 전계현, 김정훈, 박암, 이충범, 김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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