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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는 80년대에 에로와 추리를 적당히 섞어 영화를 만들었던 김성수 감독의 작품이다. <비트>,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는 동명이인이므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는 자본에 물들어 타락하는 인간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팜므 파탈을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디 히트>에서 영향을 받은 듯 한 여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떠나는 장면까지. 반전에 반전이라고 부를 만한 부분들이 있지만 뭔가 극적으로 제시되지 못해서 어설픈 느낌이 나는 편이다.
가난 때문에 법대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진우. 애인의 뒷바라지도 헛고생이 되고 말았다. 이때 현마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진우에게 접근한다. 어느 재벌의 아들인 동훈과 닮은 그를 이용하여 재산을 가로채려 한 것. 진우와 현마 그리고 현마의 여자친구, 세 사람의 계획은 성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세 사람은 결국 서로를 배신하다 파국을 맞는다.
이미 범인이 밝혀진 상태로 시작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서스펜스를 끌고 갈 것인가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그러나 만듦새의 두루뭉실함은 당시 한국영화의 폐단이라고 해둔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도 추리를 끌고 가기에는 구조가 좀 느슨한 편이라, 클라이막스를 받쳐 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바로 배우 김부선이다. 주연인 태민영의 1인 2역, 전무송의 연기가 좀 전형적이라 밋밋하게 보이는데, 연기력을 떠나서 팜므 파탈로 등장한 김부선은 베테랑 배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작품에서 만큼은 자신의 몫을 똑 부러지게 찾아 먹은 셈이라고 할까? 이후 좋은 작품을 만나지 못해 단명하긴 하지만, 김부선이 어쩌면 좋은 배우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는 바로 김부선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개봉 : 1983년 10월 15일 중앙극장
감독 : 김성수
출연 : 태민영, 전무송, 김부선, 최성호, 오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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