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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후궁 연화당 최씨는 대단한 야심가로 오빠 최걸과 함께 자신을 음해한 충신들을 모략하여 모두 죽인다. 그들의 호위무사 박필은 최씨 남매가 척살한 충신들 중 한명의 딸인 향아를 사랑하게 된다. 그 와중에 쫓겨난 충신들은 여색을 탐하는 임금에게 미모가 뛰어난 죽은 충신의 딸을 궁궐로 보내 임금의 눈에 띄게 해 간신배를 몰아내기로 하고, 향아를 선택한다. 향아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궁궐에 입궐하나 사랑하는 박필이 항상 눈에 밟힌다. 박필은 향아에게 복수를 멈출 것을 부탁하나 향아의 결심이 굳음을 알고 그녀를 위해 복수에 가담한다. 결국 향아의 계획은 성공하지만, 박필은 목숨을 잃게 되고 향아도 사랑하는 박필을 따라 독약을 마신다.


 

거장 임권택 감독에게는 숨기고 싶은 과거의 작품세계가 있다고 한다. 그가 76년 작품인 <왕십리>를 찍기 전에 만들었던 많은 액션영화 즉, 다찌마와 리 계열의 영화들이라고 한다. 70년 개봉작인 <월하의 검> 역시 이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다. 하지만 임권택 감독의 말과는 다르게 그 시절의 모든 영화가 폭망의 수준인 것은 아니다. 62년 데뷔이후 10여년 동안 분명 훌륭한 작품도 있는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에 개봉한 <월하의 검>은 빈약한 영화들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향아와 박필의 러브스토리에 복수를 끼워 넣은 이야기 구조는 흥미진진할 만도 한데 그다지 임팩트있게 다가오지는 못한다. 뭔가 이야기가 정돈되지 못한 느낌이 크. 사건도 비약과 우연성이 심한 편인데다, 궁궐과 임금이라는 위치를 너무 단순화시켜 스코리가 심하게 단조로웠다. 이렇게 쉽게 임금에게 접근이 가능하고 무능한 임금이라도 경호가 이렇게나 허술하다니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니 말이다.

 

반면 완성도는 지랄맞더라도 몇 몇 흥미로운 구석도 있었다. 먼저 임권택 감독이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 악당은 김지미와 허장강이 연기한 최씨 남매지만, 그렇다고 향아가 속한 충신들이 선한쪽이라는 생각도 안든다. 그들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어린 향아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족속들로 그려진다. 게다가 마지막에 향아는 이런 대사를 한다. “저 탐욕한 무리들을 떠나 당신(박필)과 함께 하겠다고 말이다. 향아가 말하는 저 탐욕한 무리는 바로 충신들 일족일 것이다. 이 대사로 인해 최씨 남매와 충신의 무리는 같은 악인으로 돌변하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선악의 경계를 파괴하면서 임권택 감독은 중간지대를 선택하는 셈이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윤양하의 연기였다. 사랑의 비극을 품은 호위무사 캐릭터를 잘 연기했던 것 같다. 항상 전형적인 연기만 보여준다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배역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김지미와 미모로 대결하는 캐릭터인 향아를 맡은 김명진의 수수한 외모도 좋았던 부분이다. 이후 경력을 이어가진 않았지만 충분히 30줄에 접어든 김지미의 미모를 찜쪄 먹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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