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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미국영화

스피디 speedy

구름2da 2018. 9. 3. 21:29



내친 김에 해롤드 로이드의 영화를 좀 더 보기로 했다. 처음 접했던 <마침내 안전>에 대한 약간의 실망을 상쇄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니까 해롤드 로이드에게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올레TV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3편의 해롤드 영화 중에서 1928년 작품인 <스피디>를 보기로 했다

 

1928년이라는 시간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1927 <재즈 싱어>가 개봉되면서 영화는 사운드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할 즈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또한 무성영화가 그 영화문법을 거의 최고의 완성도로 보여주던 시기이기도 하다. 무르나우의 <일출>같은 걸작을 생각해 보라. <스피디>역시 무성영화로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스토리도 그렇고, 촬영, 편집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이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기대한 건 그런 기술이 아니고, 20세기 초의 뉴욕의 모습을 보는 것도 아니다. (사실 뉴욕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대도시여서 조금 신기하긴 했다^^)

 

내가 이 영화를 보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배우로서의 해롤드 로이드 때문이다. 채플린과 키튼과 함께 코미디 영화사에 남아있는 그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롤드 로이드는 대도시와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남자다. 하지만 돈은 없는 남자다. 그래서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이 과장된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웃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웃음 뒤의 성찰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해롤드 로이드는 상황만 즐기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분한 해롤드 로이드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 애쓰고 있을 관객들에게 웃음과 액션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데 집중하는 것 같다. 그래서 풍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스피디>를 보면서도 느꼈다.

 

 

 

그래서인지 해롤드 로이드는 100년이나 지나서 영화를 보게 되는 관객인 나에게는 큰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당대의 시대를 잘 포착했을지 모르겠지만 풍자가 약해짐으로써 100년후의 관객은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조금 힘들기 때문이다. 멋진 뉴욕의 모습은 당대의 관객들에게는 현실이겠으나 100년후의 관객인 나에게는 일종의 관광지의 역할만을 하기 때문이다. 왜 옛날 영화에 지금의 시각을 요구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채플린이나 키튼의 영화가 여전히 낡지 않고 100년후의 관객인 나에게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그들 역시 그들이 살던 당대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풍자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 사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시대를 뛰어넘는 풍자야 말로 보편성을 가지고 살아남아 내 가슴을 치기 떄문일 것이다. 

 

그래도 해롤드 로이드의 영화를 보면서는 코미디야말로 무성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코미디는 언제나 슬랩스틱을 그리워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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