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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샤롯 램플링)는 할머니다. 할머니 애나는 영화가 시작되면 사이먼이라는 남자에게 전화한다. 에미와 키아라와 밥 먹자고. 하지만 곧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는지 망연자실해지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후에도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거는 장면은 몇 번 더 나온다. 하지만 비가 내리거나 앵글이 기울어져 있거나 부스밖에서 잡히거나 어쩄든 왠지 불안한 기운을 내포하는 영상으로 연출된다. 나중에 알고 보면 이런 것들이 복선으로 기능함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아이, 애나>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할머니 애나의 이야기다. 그녀는 진실된 사랑과 관계를 갈구하는 여자다. 그녀는 싱글의 밤이라는 파티에서 조지를 만난다. 친절한 듯 보이지만 음흉한 눈길을 숨기지 못하는 남자다. 그리고 조지는 시체로 발견된다.
이제 영화는 조지를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가 추적한다. 버니(가브리엘 번)는 사건을 맡은 담당형사다. 사건 현장의 아파트에서 버니와 애나는 만난다. 아내와 별거중인 버니는 기품있어 보이고, 젊었을적엔 엄청난 미녀였을 것만 같은 애나에게 관심이 간다. 애나 역시 그의 관심이 싫지 않다.
애나는 딸 에미와 손녀 키아라와 산다. 하지만 에미는 뭔가 엄마에게 속이는게 있는 것 같다. 싱글의 밤도 에미가 언젠가 가보라고 추천해준 곳이다. 애나는 언뜻 언뜻 조지와의 밤이 생각나는 듯 하지만, 완전히 잊은 듯 생활한다. 그녀는 정말 그날 밤을 잊은 것일까?
버니와의 데이트에서 애나는 자신의 실패했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다 거리에 아이를 두고 온 적도 있다고 고백한다. 버니는 예전에도 만난적이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애나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조지 살해사건의 범인은 조지의 아들이 아니라 애나임이 밝혀진다. 그녀의 과거도 밝혀진다.그녀는 과거에 손녀를 데리고 산책 나갔다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손녀의 존재를 잊어 버린다 그 사이 손녀는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던 것이다. 딸 에미는 엄마 애나를 떠났고, 애나는 그 사건의 충격으로 딸 에미와 손녀 키아라와 마치 한집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속 첫 장면은 바로 그 비극적 사건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버니는 이제 애나를 사랑한다. 그녀를 어떻게든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구해내고 싶다. 조지 살해는 정당방위였음을 화면은 말해준다. 모든 것을 기억해 낸 애나. 이제 다시 버니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버니는 그녀를 붙잡는다. “제발” 애나는 버니의 품에서 통곡한다.
감독인 바너비 사우스캠은 애나를 연기한 샤롯 램플링의 친아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샤롯 램플링의 연기를 보면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나 싶었다. 왠지 자연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샤롯 램플링의 연기를 싫어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외모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젊은 날 출연했던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를 본 이후 쭉 그랬다. 그러나 아들의 영화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엄마의 연기는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것이었을까? 어쨌든 아들의 영화에서 오럴섹스하는 연기를 해낼 수 있다니? 뭔가 쪽팔리잖아 하고 생각하는 건 내가 너무 고리타분한걸까? 어쩌면 샤롯 램플링은 아들의 엄마가 아니라 여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섰던 거겠지… 어쨌든 그녀의 연기가 처음으로 거부감이 없었다는 것이 중요한거다
외로운 애나의 진실된 사랑 찾기가 씨줄로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가를 날줄로 엮은 영화 자체도 재미있다. 하지만 범인을 찾는 추리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형사가 몽타주를 가져 오기 전부터 관객인 우리들은 범인이 애나일 것라고 짐작하게 해주는 친절한 감독의 편집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외로움에 관한 영화인 것이다. 굳이 런던이라고 할 것 없이 도시라는 공간을 차갑게 그려내는 방식이나 그 속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군상들의 모습의 묘사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버니 역을 한 가브리엘 번은 <씨에스타>에서 참 멋진 배우다 했고, <밀러스 크로싱>에서의 연기도 기억에 남긴 하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완전히 할아버지 되어서 나타났다. 그런데 역시 괜찮다 했다. 먹고 살며 자식 키우기 위해 형사라는 직업을 좋든 싫든 열심히 하며 청춘을 다 보낸 남자가 삶이란 별거 없더군 여전히 혼자 인걸 하고 느껴 버린 남자의 초췌한 모습이 참 어울려 보였다. 그가 자살하려는 애나를 구해서 안아줄 때 , 진정으로 두 사람의 외로움이 끝나기를 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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