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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유럽영화

스톰 Storm

구름2da 2018. 9. 7. 01:16



잉그마르 베르히만은 주인공의 트라우마에 접근하기 위해 꿈이라는 모티브를 자주 활용했다. <산딸기>에서 늙은 교수는 꿈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리고 사랑과 증오같은 당시의 감정을 되풀이 겪곤 한다. 영화 안에서 이런 행위들은 인물의 트라우마의 근원으로 찾아가서 치유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하면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나아가 스웨덴 영화의 표상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서두르지 않는 느긋함. 서정적이고 연극적인 스타일이 50년대 스웨덴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끄집어 냈다면, 특수효과 기술이 진일보한 현대에는 스웨덴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기에 잉그마르 베르히만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감독이 있는 듯한데 그가 <스톰>을 만든 만스 말린드와 뵤른 스테인이 아닐까 한다.

 

그들은 스웨덴 영화의 유산을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일은 M-TV가 만들어놓은 관객들의 감각세계를 인정하면서 영상언어로 변화시키는데 주저함이 없다. 스웨덴적 감수성에 헐리우드적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물론 여기서 약간 나는 M-TV적 스타일이 헐리우드 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M-TV스타일이라는 말이 있기 전에 이미 장 뤽 고다르는 점프컷을 보여주며 자신의 스타일리쉬한 감각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게 벌써 몇십년전이라면 현대의 유럽영화는 어떨까? 최근 봤던 네덜란드 영화 <불임>이나 액션오락영화 <13구역>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그들의 속도감이나 빠른 컷팅 등은 오히려 헐리우드보다 훨씬 세련되어 보였다. 오히려 헐리우드의 고전적 편집스타일이 훨씬 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M-TV스타일은 헐리우드적이라는 생각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스톰>은 주인공 도리가 어린시절 저질렀던 죄악(?)을 기억해내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이다그것은 트라우마가 되었고, 또한 그 트라우마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며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다고 해도 그 구성은 상당히 복잡하다. 더이상 꿈 하나가지고는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듯, 가장 현대적인 것이랄 수 있는 게임과 만화를 끌여들여 현실과 비현실을 섞어놓는다. 그래서 주인공 도리가 게임안에 들어가 있는지, 혹은 만화속의 인물인지 애매모호하다.

 

결국 도리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지만, 비현실은 현실이 되어 그는 계속 경찰에 쫓긴다. 하지만 영화는 도리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다. 게임속의 가상세계는 무턱대고 도리의 현실로 밀고 들어오며, 철로 만들어진 듯한 상자를 열기를 강요한다. 그것을 열기위해서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서야 한다는 것. 하지만 동기가 부족하여 도리의 고통에 가담하기가 쉽지 않았다. 강요당한 성찰은 불편하고 괴롭다. 그러므로 <스톰>의 동기부족은 더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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