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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랑이 있는 호러 영화를 보고 싶다면



묵시록영화라면 멜 깁슨이 출연했던 <매드맥스> 시리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을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묵시록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꼭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영화일 필요는 없다. 세상이 파괴된 이후다 보니 사막을 배경으로 간단한 소품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충분히 저예산으로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소재라는 것이다. 마티유 투리 감독의 <호스틸> 역시 이런 저예산을 활용한 영화였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과거는 세상이 망하기 이전이다. 마약 중독자 줄리엣과 돈 많은 미술상 잭과의 만남. 그들의 사랑의 여정이 주요한 이야기다. 잭의 희생과 헌신으로 줄리엣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를 임신한다. 그러나 아기는 태어나면서 죽고 만다. 그들의 절망은 그들 사이를 힘들게 한다. 결국 그들이 헤어지기로 한 날 뉴욕에서 독가스 테러가 일어나고 독가스를 흡입한 잭은 병원에서 사라진다.


줄리엣은 고립무원의 사막에서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

 

현재는 멸망 후의 세상이다. 줄리엣은 거의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 같은 여전사가 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는 인간을 잡아먹는 좀비같은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세상이다. 임무를 수행하고 캠프로 돌아가던 도중 교통사고로 고립된 줄리엣은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면서 과거 잭과의 사랑을 회상한다.

 

세상이 멸망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는다. 그냥 독가스 때문에 사람들이 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인가 하고 짐작할 수만 있다.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은 감독이 묵시록의 원인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감독의 관심은 오로지 줄리엣과 잭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호러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줄리엣과 잭이 만났을때 베이컨의 일그러진 얼굴 그림이 그들을 연결한다.

 

마지막에 줄리엣과 대치하는 괴물이 바로 잭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이 영화를 호러보다는 멜로드라마에 가깝게 만든다. 잭과 줄리엣이 처음 만났을때, 화가 베이컨의 일그러진 자화상 속에서 본질과 아름다움을 찾으라고 했듯. 줄리엣은 괴물의 일그러진 얼굴 속에서 잭을 찾아내는 것이다. 줄리엣이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그렇고 나는 이 영화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부터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방해물이 가문이었다면, <호스틸>에서의 방해물은 바로 독과 마약으로 말해지는 일종의 테러인 셈이다. 줄리엣이 로미오의 칼로 자신을 찌르듯, 호스틸에서는 줄리엣이 자신의 총으로 대신한다.

 


좋아요 : 러브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면

아니요 : 호러를 기대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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