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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1943년 작품인 <강박관념>은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와 함께 네오리얼리즘의 효시격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강박관념>은 분명 네오리얼리즘적인 요소들이 다분히 들어있는 영화이긴 했지만, 스타일적으로는 필름 느와르영화에 더 가까워 보였다. 2년 후에 개봉되는 <무방비 도시>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네오리얼리즘의 사실적인 화면보다는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듯한 촬영과 사운드의 사용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박관념>이 양가적인 특성을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우선 찰스 M 케인의 원작소설이 가지고 있는 치정극의 요소가 느와르적인 드라마 구성을 만들었고, 당시 2차 대전중이었던 이탈리아라는 공간이 화면과 인물들의 배경으로 배치되면서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어쩌면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은 처음부터 리얼리즘보다는 헐리우드의 느와르영화를 염두에 두고 탐미적인 영상을 추구하려고 했던게 아닐까 하고 감히 ‘불경스럽게도’ 나혼자 상상해 보게 된다.
<강박관념>은 나이 많은 남편과 살고 있는 지오반나(클라라 칼라마이)와 떠돌이 지노(마시모 기로티)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치정극이다. 지오반나는 불행한 결혼생활의 원인으로 가난을 얘기하고 있고, 자동차를 정비하거나 수도를 고치는 등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지노가 떠돌고 있는 이유도 마땅히 일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이 영화가 2차 대전중인 당대 이탈리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런 요소들은 서브 텍스트로 기능한다. 대신 영화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은 지오반나와 지노의 억눌려 있는 욕망이다. 비스콘티 감독은 발정기에 들어선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지오반나와 지노가 싱싱하고 젊은 육체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권하에서 억눌린 것은 성적욕망으로 상징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이 박탈당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억눌린 욕망은 이상한 방향에서 해소되면서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는 근심을 비스콘티 감독은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제목의 강박관념은 지노의 것이다. 지노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반면 지오반나는 일종의 팜므 파탈이라고 할 수 있다. <강박관념>은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데뷔작이다. 당대 현실을 보는 눈도 예리하다. 스빠뇰라라는 인물은 분명 현실을 극복해보려는 감독의 가치관의 표출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영화를 네오리얼리즘 보다는 필름 느와르의 위치에 두는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걸 멈추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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