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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코헨은 온통 하얀 세상(살만한 곳이라고 믿고 있는)에서 피(그것의 내부)를 부각시키고 싶었나 보다. 그 속에서 한 중산층 가족의 비극을 보며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 냉소를 보내고 있는 듯싶다.
선명한 붉음… 그것은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는 건물(집)들의 내면이다. 쌍둥이 빌딩으로 상징되는 화려함으로 도시(사회/세계)는 만들어져 있고 인간이라는 동물은 그것을 통해 스스로 지적인 존재라고 우기며 만족해하고 있다. 그러나 드러남의 내면에 있는 그것들의 내부는 어떤가? 그 건물들 속에서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서서히 썩어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숨긴 채 어디선가 곪고 있는 상처의 드러남인 것 같다. 하얀 세상에서 붉은 피는 너무 선명해서 보지 않으려 해도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불완전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고,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로 포장된 채 유지되고 있다. 감독이 보기에 제리 런디가드의 가족은 점점 해체되어 가고 있는 이 사회의 상징이다.
겉으로 보기에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겉에서 드러나는 균열을 우리는 애써 보지 않으려한다. 식사도중 아들은 인스턴트의 상징인 맥도날드에 가버리고, 장인은 자신의 돈에만 관심을 보여도 사람들은 으레 저렇게 사는것이여 한다. 그러나 으레 그렇게 사는 것인 삶속에서 남편은 아내를 볼모로 하여 주차장을 살 돈을 준비하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이란 것은 이렇게 내부로부터 서서히 균열되어 가고 있다.
그들은 같이 있어도 늘 혼자다.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주차장이라는 공간은 고독감을 나타낸다고 보여진다. 제리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는 주차장은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을 해체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현대사회의 상징처럼 존재하는 자동차는 더 빨리 더 멀리 갈수 있는 도구이지만 집과 가족으로부터 더 먼 곳으로 가게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제리가 장인과의 협상에서 결국 중개수수료나 받게 생겼을 때 감독은 버즈 아이 뷰 쇼트로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차로 가는 제리를 촬영한다. 그것은 고독감이다. 주차장이라는 공간은 또 하나의 집인 자동차가 잠자는 집인 것이다. 그것은 혼자만의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목숨은 파리 목숨이 된다. 주차요원은 엉뚱하게 살해당하고, 가족보다는 돈을 우선시 하던 장인 역시 주차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또한 고속도로 역시 안전한 공간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코헨 형제가 바라보는 세상은 돈으로 상징되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그리고 그것의 대안점처럼 제시되어 있는 것은 여형사 마지의 집이다.
마지의 집의 구조는 조그만 침실과 주방이 전부다. 주방은 바로 바같으로 나가는 계단과 연결되어 있다. 그곳에서 마지부부는 행복하다. 작은 것을 바랄수록 행복은 더 커진다.
남 편의 그림이 3센트짜리 유표에 사용되어도 그들은 서로 위안하며 행복해 한다. 마지가 임신한 아이는 다음세대에 대한 희망으로 보여진다. 주로 아이는 희망의 존재로 상징되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그래서 아이는 마지가 임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은 것에 행복해 하며 살 수 있는 부부에게서 태어날 아이에게 감독은 다음세대에 좀 더 좋은 세상이 오기를 기대하고있는 건 지도 모르겠다.
브레이너드라는 마을입구에 서 있는 동상을 보면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가 자랑스럽게 어깨에 지고 있는 것은 도끼… 음… 그것은 자랑스러운 발전을 이룬 도구이자 인간성을 잘라버린 도구였던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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