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고 저예산이지만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호러물은 볼 때마다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우선은 어둡고 습한 듯한 화면모양새가 그렇고(저예산일 경우 더 심함), 어떤 감독들의 경우 지나친 고어를 즐기며(이 분야는 정말 적응 안됨), 나아가 합리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초현실적 요소들(귀신, 유령, 흑마술등등)이 뭔가 불안한 심리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호러영화에서의 '무서움'의 원천이 신체훼손등의 고어보다는 과학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비합리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합리성이란게 인간의 이성이 현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고, 그로 인해 세상이 생각했던 대로 움직인다는 안도감-즉, 나에 대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준비-을 느낄 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악마의 등뼈는 높은 완성도와 예술적 성취를 이뤄낸 공포영화라고 할 만 하다. 스페인 내전중의 한 고아원에 독재자 프랑코에 저항하는 아버지를 둔 까를로스가 도착하고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내전 당시 스페인의 모습에 대한 알레고리에 다름 아니다. 프랑코라는 한 사람에 의해 내전에 휩싸여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던 스페인과 하킨토라는 한 사내에 의해 죽음을 맞는 고아원의 원생과 어른들의 모습을 판타스틱한 분위기로 표현하고 있다. 유럽은 지금 두려움을 앓고 있다는 내레이션처럼 프랑코나 하킨토라는 괴물의 출현은 유럽이 앓고 있는 공포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21세기에도 계속 되고 있는 전쟁들,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엔 없었지만 2006년에 일어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등..
아마 고영남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장르를 만들기도 했지만 몇 작품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그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걸작이라고 불릴 만한 를 비롯해 가끔 완성도 있는 작품을 개봉하곤 하는데, 81년에 개봉된 는 약간 아쉬움은 있지만 한국 공포영화사의 걸작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여주인공 선희의 내면에서부터 발생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인상적이고, 시각적으로도 꽤 쇼킹한 장면이 많았다. 스탠리 큐브릭의 을 베낀 한 장면은 그냥 허허실실...^^ 나비채집을 위해 자주 집을 비우는 강유진(윤일봉)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선희(김영애)와 딸이 있다. 남편이 수집한 나비의 슬라이드를 보는 도중에 하얀 옷..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의 재미있는 호러영화 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 영화가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건에 개입하게 만드는 입양된 딸, 딸을 찾아 폐허가 된 마을 '사일런트 힐'로 들어가는 엄마, 엄마를 돕는 여자 경찰, 마을 광신도들을 이끄는 여자목사는 사건의 시작과 결말을 모두 아우른다. 마녀사냥이라는 중세적 억압을 여전히 수행하는 여목사는 당시의 질서를 만들어낸 남성들의 원초적 폭력의 충실한 이행자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그녀는 제거되어야 하고, 사건은 엄마와 여경찰에 의해 해결되어간다. 남편의 부재가 심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마 이 폭력의 연쇄고리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남편/남성은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사일런트 힐은 지옥의 또 다른 이름이었고, 그곳에서 빠져나온 엄마 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