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La verite / The Truth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서의 사건은 엄마 파비안느(까트린느 드느브)와 딸 뤼미르(줄리엣 비노쉬)간의 수면 밑에서 고요하게 지속되고 있는 평생의 걸친 갈등이다. 그 갈등을 표면화 시켜 보여주는 것이 파비안느와 뤼미르가 늘 말하고 있는 사라의 죽음이다. 파비안느는 어린 딸 뤼미르의 관심을 몽땅 가져가버린 사라가 미웠던 거고. 복수하듯 사라의 역할을 빼앗아 자신이 연기해버린다. 결국 그 사건은 사라의 죽음으로 연결되었던 것. 어린 딸 뤼미르는 스타로서의 캐리어에 집중하는 엄마로부터 모성을 느낄 수가 없어 친절한 사라에게 집중했던 것이었고. 파비안느의 모성의 여부와 뤼미르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연극에 엄마인 파비안느가 왔느냐 ..
룰루 Loulou 모리스 삐알라 감독이 1980년에 발표한 를 보면서 젊은이들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것이 없구나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룰루와 똑같은 내용을 제라르 드빠르디유와 이자벨 위페르 대신 티모시 샬라메와 시얼사 로넌을 캐스팅해서 요즘의 공간과 의상을 입고 똑같은 대사로 다시 촬영해도 21세기의 젊은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로 충분히 공감을 얻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보다. 단지 주위의 공간과 사상은 변할지라도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여전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일상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홍상수의 영화를 30년이 지난 후에 보게 되어도 어떻게 저렇게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냐?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긴 그러니 고전이 ..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Les Plages D'Agnes - 위대한 여감독의 자서전 세계 영화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여류감독. 아네스 바르다. 그녀가 80살이 되어 자기 자신을 반추해보는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바로 . 키도 작은 그녀가 백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아장아장 걷는다. 진정한 예술가에게는 천진난만함이 있다. 아네스, 그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기회가 되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한 시대를 풍미하여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온 인물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영화 안에서 잠시 나르시시즘에 빠진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한다. 아네스 바르다는 그녀의 삶을 반추한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영화, 자신의 삶을 이토록 자신감있게 자랑할 수 있는 인생이란 얼마나 행..
장 피에르 멜빌하면 현대인의 고독을 뼛속 깊은 곳까지 후벼 파는 영상이 주특기라고 할만큼 그동안 내가 본 그의 영화의 느낌은 아랑 드롱의 잘생긴 얼굴에 고독이 조각칼이 되어 주름살을 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그의 후반기의 작품에서는 고독이 그 자체로 주제가 되어 장르를 아우르고 있을 만큼 잘 그려내고 있다고 본다. 어쨌든 그의 이런 성향은 지속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이 나 을 보면서 한번 더 느껴본다. 물론 후기작만큼 고독이 사무치진 않지만 그래도 그 정서는 짙은 커피향같은 여운으로 공기속을 떠돈다. 2차대전중인 프랑스의 시골마을. 하지만 전쟁의 상처가 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전쟁은 배경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과부인 바르니가 재미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