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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La verite / The Truth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서의 사건은 엄마 파비안느(까트린느 드느브)와 딸 뤼미르(줄리엣 비노쉬)간의 수면 밑에서 고요하게 지속되고 있는 평생의 걸친 갈등이다. 그 갈등을 표면화 시켜 보여주는 것이 파비안느와 뤼미르가 늘 말하고 있는 사라의 죽음이다.




파비안느는 어린 딸 뤼미르의 관심을 몽땅 가져가버린 사라가 미웠던 거고. 복수하듯 사라의 역할을 빼앗아 자신이 연기해버린다. 결국 그 사건은 사라의 죽음으로 연결되었던 것. 어린 딸 뤼미르는 스타로서의 캐리어에 집중하는 엄마로부터 모성을 느낄 수가 없어 친절한 사라에게 집중했던 것이었고파비안느의 모성의 여부와 뤼미르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연극에 엄마인 파비안느가 왔느냐 오지 않았느냐의 진실여부로 좁혀져 간다. 사실 파비안느는 딸 뤼미르의 연극에 모두 참석해서 관람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게 진실이다.




파비안느가 늘 말하듯 진실은 재미없기 때문에 픽션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늘 화려한 분장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대중 앞에 화려한 모습을 전시하는 배우이기도 했던 파비안느. 연기라는 가짜 인생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인지 그녀의 내면에서 진실로 우러나왔던 모성을 드러내지 않고, 그 모성에 조차 드라마를 씌웠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진짜 삶 조차 연기하듯 살아온 파비안느는 영화 속 영화이야기에서 자신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의 위치가 되면서 서서히 친딸 뤼미르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는 것일지도. 그녀는 마지막 장면의 감정 표현을 프로 연기자로서 거짓 감정을 진짜처럼 흐트러짐 없이 연기해 낸다. 하지만 딸과 화해한 후 이런 감정은 처음 느꼈다며 재촬영을 해야겠다고 할 때,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딸 뤼미르가 미소 짓는다. 그건 엄마의 본모습,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일테다. 사실 파비안느는 진실은 재미없다며 꾸미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그 결과로서 그녀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딸과 매니저가 모두 떠나갔던 것. 파비안느가 화해는 재미없다며 툴툴거리는 것, 결국 진실한 사과로 이루어진 화해가 딸 뤼미르와 매니저를 돌아오게 만든 걸 보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연기라는 가상의 세계는 판타지로 놔두고, 현실에서는 진실이 앞선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파비안느가 어린 딸 뤼미르에게 너의 연극을 보러갔노라고, 열심히 잘 했다고 칭찬만 했더라면 사라도 죽지 않았을 것이며, 뤼미르의 상처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스타로서 은막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으려 했던 파비안느의 어리석음이 모든 사건의 원인인 셈이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딸을 거짓의 세계를 창조하는 극본가로 설정하면서 엄마가 살고 있는 그 세계를 이해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한 극본가로서의 딸이 영화 대사처럼 진실을 말하게 하면서 진실은 재미없다는 여배우로서의 파비안느의 자존심도 살려주고, 진실 그 자체를 말하게 함으로써 엄마로서의 자존심도 살려주는 히로카즈식의 따뜻한 결말로 향한다. 중요한 것은 파비안느는 자신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모두를 설득해 냈다는 것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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