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섭 감독이 1974년에 만든 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 했다. 나름 코미디 영화에 일가견을 가진 심우섭 감독이지만,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에서 제대로 무너진다고 할까? 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딱 하나다. 제작사 동아흥행이 당시 유신정권의 입맛에 맞게 대충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다. 그리고 우수영화에 당선되고, 외화쿼터를 따서 외화를 수입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 눈에 보이는 속셈. 하지만 그 시대에 그 속셈을 무조건 탓하지만은 않겠다. 외화쿼터는 그야말로 그 시대 생존일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임권택이나 유현목 감독등이 외화수입쿼터를 위한 우수영화라는 허울좋은 제도 덕분에 그래도 여러 좋은 영화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심우섭 감독은 그들이 가진 내공에 미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날림..
변장호 감독의 가 시작되면 어안렌즈로 심하게 굴곡되어 나타나는 서울 도심이 보인다. 뭔가 비정상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곧 강박사(남궁원)가 심각한 공해문제에 대해 강의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이 세상이 공해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앵글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곧 이어 강박사는 아내인 정희(고은아)가 과대망상형 도착증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신과 의사는 이 병의 원인으로 중년 여성의 소외감 외에 공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곧 우리는 정희가 남편 강박사의 영향으로 환경오염문제에 심각한 편집증이 있음을 알게 된다. 강박사와 제자 나미(유지인)는 정희를 현실적인 상황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질투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곧 나미는 그들과 동거..
영화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박태원 감독의 영화 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한 편 있다. 1977년에 개봉된 이라는 영화다. 어릴 때 TV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남아 있는 영화다. 얼마전에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예전의 재미는 느끼기는 힘들었지만, 확실히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었다. 은 1973년에 개봉된 을 만든 박태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유신시절에 많이 만들어졌던 계몽영화다. 자신의 사재를 털어 희망자율원이라는 일종의 청소년 선도기관을 운영하는 전직 검사의 이야기로, 고난을 극복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하고자 하는 4명의 우범소년들이다. 하명중, 김도향..
김응천 감독의 은 1983년 라는 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청과 막 하이틴 스타로 떠오르던 조용원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고3인 강비(이청)는 아침마다 존경하는 아버지와 조깅을 한다. 그리고 항상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여학생 다이(조용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후 다이와 친구가 된 강비는 다이와 같은 대학에 진학해 서로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이때 식품업을 하는 아버지가 불량식품건으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강비는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무전여행을 하는 강비를 따라가는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또한 강비라는 한 남학생이 한명의 남자로 성장해가는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남자를 위한 영화다. 즉, 아버지라는 존재..
1983년에 개봉한 문여송 감독의 는 70년대 고교하이틴물의 융성과 쇠락이후 그 대체제로 만들어졌던 대학캠퍼스물의 하나지만 70년대와는 다른 세련된 생활을 영위하고자 했던 시대의 특징을 보여 주듯 성에 대해서도 좀 더 개방적인 태도로 접근했고, 사운드트랙이 히트하면서 감성적인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싱싱함은 인정할만하다 하더라도 아쉬운 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감독의 연출력보다는 당시 대학에 재학중이던 이규형 감독이 쓴 시나리오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영화는 동화작가를 꿈꾸는 럭비선수인 용우(길용우)와 아름다운 미대생 선아(최선아)커플을 통해 분출하는 젊음과 순수에 대한 동경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물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