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낮은 엄마와 예술적 끼가 충만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왕따 아들. 자유로움이 뻗쳐 나가는 친정아버지. 이렇게 셋이 만드는 로드무비. 심심할 뻔한 로드무비에 아버지가 대마초를 팔고 다닌다는 설정이 재미를 좀 더 만들어낸다. 기본적으로는 서로 믿고 의지하는 가족의 이야기. 가족애의 회복을 도모하는 이야기. 아버지의 부재가 불러온 외로움이 나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낮은 자존감이 되어 버린 로라. 그래서 유기 동물을 불러들이고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가지는데... 차라리 그녀의 아들이나 동생처럼 외로움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면 그녀의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사실 두 명의 딸과 손자의 내면이 엉켜버린 것은 아버지가 아버지 자리를 지키지 못해 벌어진 상황인..
아무것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시골마을에서 16살 소년 찰리는 달리고 달린다. 그런데 이 조그만 마을에 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승마용 말 ‘린 온 피트’다. 그는 말의 주인인 델에게 고용되면서 ‘린 온 피트’를 돌보게 되고 정을 느낀다. 이즈음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죽고 고아가 된 것도 모자라 경기에서 계속 지던 ‘린 온 피트’마저 죽을 운명에 처한다. 찰리는 무조건 ‘린 온 피트’를 데리고 그리운 고모를 찾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순탄치 않은 여정이 시작되는데... 앤드류 헤이 감독이 누군가 찾아보니 바로 퀴어영화 를 만들었던 감독이다. 에서도 뭔가 서정적인 분위기 만드는 연출이 좋았는데, 에서도 어떤 서정적인 정서를 많이 느끼게 한다. 뭔가 허무하고 쓸쓸한 느낌은 주인공인 찰리의 내면..
설태호 감독의 1977년 작품 는 미국으로의 입양을 거부하고 고아원을 도망친 후, 동만(김무생)을 만나 같이 여행하다가 정을 느낀 동만이 자신의 아들도 입양한다는 이야기인데, 토닥토닥 정을 쌓아가는 철이와 동만의 에피소드가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이 영화는 미스테리를 하나 품고 있는데,바로 영화가 시작하는 초반부의 편집이 너무 이상했다는 것이다. 비디오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순서가 뒤죽박죽 되었는지, 아니면 오리지널 상영본에서도 그런지 알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점프컷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명백한 실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생각되었다. 만약 비디오판이 오리지널 영화판의 편집순서와 동일하고 감독이 이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설태호 감독님에겐 미안하지만 out이라고 말해야 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
이만희 감독의 유작이자 소문으로만 들어보던 걸작, 1975년 작품 을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온통 눈으로 뒤덮힌 황량한 벌판을 걷고 또 걷고, 언덕을 넘고 또 넘은 세사람 정씨(김진규), 노씨(백일섭), 백화(문숙)의 여정에서 묻어나는 삶에 대한 끈끈함, 정, 슬픔, 유대의 모습이 가슴 가득 꽉 차는 느낌으로 다가오면서도, 뭔가 알수 없는 상실감을 동반한 회한의 정서가 꽉 찬 가슴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왜 그럴까?눈덮힌 벌판을 웃으면서 뛰어오르고, 얼굴엔 함박웃음의 신명이 가득한 행복의 슬로우 모션이건만, 그래 이게 사는거지, 고생쯤이야 이렇게 한바탕 웃음으로 날려버릴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삶이지라고 말할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그때 그 한 순간의 기억에만 머물다보니 슬픔의 정서가 더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