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하룻밤 우연히 동혁과 만난 혜린은 5년전을 회상한다. 자신의 환경을 비관하며 엄마의 무덤이 있는 고향에서 자살을 결심 했던 혜린은 동혁을 만나 위안을 받고 하룻밤을 보낸 후 삶의 의욕을 찾는다. 하지만 곧 임신을 했음을 알게 되고 동혁의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라졌던 것. 동혁은 혜린의 아들 훈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혜린은 다시 한번 동혁의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모가 있는 어촌으로 가지만, 자신을 강간하려는 남자를 폭행하고 체포된다. 아들 훈을 동혁에게 보내고 교도소에 수감된 혜린은 출소 후 그들을 떠나려 하지만 엄마를 찾는 훈을 외면하지 못하고, 동혁과 그의 아내도 훈을 혜린에게 보낸다. 60년대 후반 이후 계속 반복, 변주되고 있는 아이를 둘러싼 한 남자와 두..
가수 최헌의 노래 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크게 히트했다, 석래명 감독은 이 노래에 영감을 받아 당시의 톱스타 신성일, 정윤희, 김자옥을 캐스팅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후대의 관객인 내게는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 정도였다. 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당시의 전형적인 삼각관계 스타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 1968년 작품 의 또 다른 아류라 할 평범한 멜로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첫 장면은 비오는 날이다. 노란 우산과 빨간 우산을 쓴 두 여자가 검은 우산들 사이로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 그녀들은 정윤희와 김자옥. 신성일의 ‘두 여보’다. 최헌의 주제곡과 함께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예쁜 화면이 돋보이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이기도 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선희는 어머니가..
이원세 감독의 는 비밀의 간직한 배정숙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주로 소설가인 유태준의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러니까 유태준이 궁금해 하는 만큼 관객들은 궁금해하고, 유태준이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 만큼 관객들도 알게 된다. 정숙(김자옥)은 귀갓길에 자신을 따라오는 소설가 유태준(박근형)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 조금씩 자신에 대해 숨기는 것이 있다. 하지만 곧 유태준이 이혼한 상태이며, 아내는 정숙에게 태준을 부탁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가 어떤 사연으로 이혼했고, 왜 아내가 그토록 정숙에게 관대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제 남은 건 정숙의 비밀. 그녀에겐 자신이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대근)이 찾아오고, 민상기라는 남자도 찾아온다. 유태준은..
하녀를 시작으로 김기영 감독의 女시리즈를 이 영화로 마무리 지었다.하녀, 화녀, 충녀, 화녀82, 느미까지 아주 강렬한 영화의 여정이었다.그런데그 마지막을 장식했던 수녀에서는 기이한 경이감을 느끼고야 말았다. 일단79년에 발표된 이 영화는 어쩌면안드로메다로부터 온 영화인지도 모른다.달나라는 너무 가깝다.어떤 분은 새로운 걸작이라며 칭송하지만구름은 일단은 당혹감 속에서 자유형, 배영, 접형을 중구난방으로하면서 물속으로 가라 앉지 않으려고 노력해본다. 수녀다. 그 수녀가 아니고 水녀란 말이다.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순옥은 물 속에 발 한번 담그지 않는다.오히려 그녀는 대나무로 죽공예품을 만들어 성공한다.그러므로 이 영화의 제목은 竹녀가 되는게 맞는 것 같으나언감생심감독님의 깊은 뜻이 숨어있으리요 짐작하면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그의 영화는 점점 재미있어진다. 내 느낌은 이렇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점점 가벼워진다. 그냥 깃털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그는 점점 영화라는 매체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표준 같은 걸 점점 내려 놓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는 ‘이래야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에서 어느덧 벗어나 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부담이 적고, 그래서 가볍게 느껴지고, 그래서 깃털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지는 것 같은 것이다. 결국 이런 것들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월드를 완성하는 스타일로 굳어지는 것일 테다. 매번 비슷한 유형의 인간, 특히 그다지 정이 안가는 인간들의 잘난 척 대화 같은 거나, 이미 페기 처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