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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를 시작으로 김기영 감독의 女시리즈를 이 영화로 마무리 지었다.

하녀, 화녀, 충녀, 화녀82, 느미까지 아주 강렬한 영화의 여정이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을 장식했던 수녀에서는 기이한 경이감을 느끼고야 말았다.

 

일단

79년에 발표된 이 영화는 어쩌면

안드로메다로부터 온 영화인지도 모른다.

달나라는 너무 가깝다.

어떤 분은 새로운 걸작이라며 칭송하지만

구름은 일단은 당혹감 속에서 자유형, 배영, 접형을 중구난방으로

하면서 물속으로 가라 앉지 않으려고 노력해본다.

 

수녀다. 그 수녀가 아니고 水녀란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순옥은 물 속에 발 한번 담그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대나무로 죽공예품을 만들어 성공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제목은 竹녀가 되는게 맞는 것 같으나

언감생심

감독님의 깊은 뜻이 숨어있으리요 짐작하면서

겸손해져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내게 다가온 영화 수녀는

감히 범인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깊은 뜻이 숨어있는 영화이거나

아니면

감독이 처절하게 포기해버린 영화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짐작해 보나 역시 겸손해야 겠다는 마음에 기름을 부을 뿐...

 

너무 진지한데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문어체의 대사들은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라서 받아들이기에 아무 저항이 없지만

정말 난데없이 등장하는 씬들은

어쩔껴?

 



월남전에서 총상으로 다리를 절게 된 진석(김정철)이 영농자금을 받기 위해

결혼하기로 하고 선을 보러 간 자리에 나온 건 심한 말더듬이라서

벙어리처럼 살고 있는 순옥(김자옥). 그녀에게 갑자기 애국가를 불러보라 하니

너무 진지하게 더듬거리며 애국가를 부르고 결혼에 골인하는 순옥.

뭐, 괜찮아...

 

순옥의 죽공예품으로 돈방석에 앉은 진석을 유혹해 한 몫 잡아보겠다는

술집작부 추월(이화시)이 유혹하자 처음엔 진석이 그녀를 거부하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대나무숲.

대나무 한다발을 안고 있는 추월의 엉덩이를 발로(아마도) 살짝 차니

포물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대나무와 함께 넘어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추월을 다시 살짝 내리 눌러주시는 진석,

그 포물선 운동. 아~~~ 어찌 잊을수 있으리.

그 강력하고 코믹한 미장센이라니...

독특해, 독특해....

 

게다가 무르나우의 선라이즈를 약간 차용한 듯한 마지막 위기가 지나고

서울로 언어교정을 떠났던 아들이 말더듬을 고치고 다시 고향에 찾아와

순옥앞에서 외쳐대는 그 어린이 헌장.

어린이는... 어쩌고 저쩌고...

거의 5분여를 쉬지 않고 외쳐대는 그 어린이 헌장.

그렇다.. 이 영화는 어린이를 보호하고 훌륭하게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영화였던 것인가?

그렇게 머릿속이 노~~~래지는 감동의 물결이 한바탕 온몬을 감싸고 나면

부르르 떨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마지막 한방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아들의 어린이 헌장을 듣고 갑자기 말더듬을 고친 순옥이 남편에게

하는 말...“이제 할말은 하고 살거예요.”

아~~~~~~~~~~~~~~~~

 

그래... 할말을 못하고 살았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느냐.

부르르 떨리는 감동이 마지막 펀치 한방에 완전 넉아운 될 때

밝아오는 극장에서 다리까지 후들거린다...

 

할말 못하고 살던 그 시절에 이렇게 날림 영화처럼 만들어 놓곤

교묘하게 사회비판을 하며 매서운 검열관들의 눈초리를 피했을

김기영 감독의 노고... 아~~~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했던....

 

그래

이 영화는 절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수는 없다는 그 처절한 패배감을

가슴 가득 담고 극장문을 나설때 홍콩서 온 철인박은 이제 잊어야 하리...

이제 수녀가 제대로 펌프질을 하고 있을테니...

구름은 이제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이리...

 

비하인드 스토리

이 영화의 제작비를 어린이 재단으로 받았다는 소문이.

그래서 감독이 마지막에 어린이 헌장을 주구장창 읊을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개봉 : 1979년 4월 21일 전주극장

감독 : 김기영

출연 : 김자옥, 김정철, 이화시, 이일웅, 박암,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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