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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기
조문진 감독의 1979년 작품인 <황토기>는 김동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시내 개봉관에서 개봉을 못하고 1980년에 변두리 극장에서 단 이틀 상영된 기록만 찾을 수 있다. 아마 개봉 보다는 문예영화로 대종상에서 상을 받아 외화쿼터를 노린 작품이었던 모양이다.
<황토기>는 퀴어영화 카테고리에 넣어도 무방할 정도로 득보와 억쇠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조문진 감독은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억눌릴 수밖에 없는 사내들의 모습을 동성애적으로 보일 정도의 애착으로 드러낸다. 물론 진한 사나이의 우정으로 감추어져 있지만 말이다. 결국 스토리에서 여자들이 모두 배제된 채 남게 되는 두 남자 억쇠와 득보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표현인 주먹다짐을 통해 힘이 있으나 쓰지 못하는 패배주의를 자위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시대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영화속 일제강점기이고, 또 하나는 영화가 만들어진 70년대 후반의 박정희 유신시대다. 두 시대 모두 모양은 달라도 총칼을 휘두르는 권력의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마초적 남성적 힘을 강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일반 국민으로서의 남자들의 힘은 억압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셈이다. 하지만 영화 <황토기>에서 득보와 억쇠가 솟구치는 힘을 동성애적 자위 대신 바깥으로 뛰쳐 나갔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은 있다. 이렇게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우유부단함은 조문진 감독이 스스로 자가 검열을 한 결과였을 수도 있을 듯. 외화쿼터를 노리는 영화가 당대의 서슬퍼런 검열의 칼날에 베어지면 안되기 때문이었을지도. 어쨌거나 비디오가 꽤 잘린 듯 화면 연결이 부드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영화라 할 만하다.
개봉 : 1980년 9월 16일 새서울극장
감독 : 조문진
출연 : 이대근, 김동현, 선우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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