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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이 열리던 그 시절의 나이트메어는 꽤 무서웠다. 프레디 크루거가 쇳소리를 내면서 낸시를 부르며 흐느적 흐느적 걸어올 때면 긴장감이 더했다. 낸시의 친구 티나가 천장으로 끌어올려지며 피투성이가 될 때는 인상이 저절로 지푸려졌고, 조니 뎁이 연기한 낸시의 보이프렌드 글렌이 침대속으로 끌려들어가며 피가 분수처럼 터져 올라 천장을 적시는 장면에서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공포영화를 싫어했던 내겐 처음보는 강렬한 이미지이기도 했다.




그걸 오늘 중학생 학생 아들 녀석들과 함께 다시 봤다. 내심 이 무서운 걸 볼 수 있으려나 싶기도 했지만, 같이 본 아들 녀석들의 반응은 별로 무섭지도 않다는 콧방귀였다. 하긴 이미 워킹 데드나 킹덤을 비롯 온갖 좀비를 섭렵한 몸들이라는 걸 혼자 잊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30년 만에 다시 본 내게도 나이트메어는 그 시절의 공포가 아니라 그저 느린 리듬을 가진 호러 무비가 되어 있었다.


웨스 크레이븐의 호러가 그다지 잔혹한 장면을 많이 배치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확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호러영화로서는 꽤 잘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지 시대가 달라져서 표현이 무섭지 않을 뿐, 꿈속의 괴물 프레디 크루거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사리지지 않을 것이다. 감독 웨스 크레이븐은 철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대학에서 강의를 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인문학 최고봉이라할 철학자가 대표적인 B급 장르라 할 호러영화에 어떤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호러영화를 싫어하는 나도 웨스 크레이븐의 공포 영화는 꽤 잘 보는 편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웨스 크레이븐의 영화 <공포의 계단>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글을 스크린 잡지에 쓰기도 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 출연한 주연급 연기자들 중 조니 뎁은 이후 <캐리비안의 해적>등 많은 흥행작들을 발표하며 할리우드의 1급 배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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