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의 나흘밤 Quatre Nuits D'un Reveur/Four Nights Of A Dreamer 프랑스의 영화 거장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1971년 작품 . 지금까지 내가 본 그의 영화중 가장 인상적이지 못했던 작품이다. 거의 경외감까지 느꼈던 나 같은 작품이 잔영이 커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세간의 평에 비해 나에겐 조금 심심했던 영화다. 그래도 인상적인 장면은 있다. 퐁네프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세느강. 마르뜨와 쟈크의 심리와 감정의 증폭을 드러내는 방식들. 뜬금없이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는 밴드들을 통해서나, 밤과 낮의 세느강을 따라 흘러가는 배의 모습들. 감정이 증폭되는 밤의 배는 감미로운 노래와 전구를 이용한 아름다운 불빛이 흐르는 낭만적인 배지만, 같은 배가 낮에는 그저 화물선처럼 보인..
최하원 감독의 1975년 작품 은 나병 환자를 부모로 둔 미감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70년대 중반에 활발하게 활동하다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사라진 여배우 나하영과 하명중이 주연으로 나온다. 나하영이 나온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참 예쁜 여배우다. 연기도 안정적인 편이라 좀 더 활동을 했어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아까운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화랑에 아버지의 그림을 팔러 온 유혜(나하영)는 화가 성진(하명중)을 알게 된다. 둘은 호감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유혜는 성진에게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답답해하던 성진은 유혜가 나병 아버지를 둔 미감아로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자랐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회사를 운영하는 성진의 아버지와 형은 그들의 결합을 ..
1987년 작품인 는 장길수 감독이 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후 2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이문열이라는 80년대 최고 인기작가의 원작. 로 최고의 연극배우로 등극한 윤석화의 영화 데뷔작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진 못한 영화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관계로 이 영화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적으로는 감독의 역량을 성공적으로 펼쳐보이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만한 ‘여자에게 있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레테의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과거를 모두 잊고 남편을 위해 새 삶을 시작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영화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는 페미니즘적 분위기와는 뭔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서 뭔가 어긋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