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치의 여름 몇 년 전까지는 기계화된 도시의 아이가 등장했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디지털화된 도시의 아이가 등장하여, 디지털이 그다지 쓸모가 크지 않은 시골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정을 배운다는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장초치 감독의 은 도시와 대비되는 시골생활을 풍부한 서정성으로 풀어낸 영화다. 도시의 아이 샤오바오는 디지털세상에서 소통의 부재와 관계의 단절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감정조차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그가 방학동안 시골로 내려와 할아버지와 친구 뭥치안,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웃음을 찾고, 친구의 죽음과 할아버지의 수술을 보며 영원히 곁에 머물 수만은 없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고 극복하면서 조금씩 내면이 성장한다. 익숙한 패턴의 스토리지만 풍부..
어린 꾸제트의 짧은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알코올 중독인 엄마가 사고로 죽자 고아원으로 오게 된 꾸제트.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잘 모른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색한 꾸제트. 고아원에는 여러 사정으로 오게 된 또래들이 있다. 그들은 서로 위로하고 장난치고 짓궂게 굴면서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된다. 그들은 마음이 힘든 아이들이었던 것. 그렇게 다시 서로 이해하며 위로해주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자기도 모르는 새 스며들듯 습득한다. 어쨌거나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위할 줄 아는 것임을. 그렇다고 이런 태도들이 마냥 가르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 어울리고 부때끼는 와중에 스며들듯 습득하는 것을 참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영화다. 더불어 어른(고아원..
미스 스티븐스 Miss Stevens 줄리아 하트 감독의 .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기도 하고, 서로 위로도 하며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영화. 스티븐스 선생이 엄마의 죽음으로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와중에 조숙한 빌리는 자신의 감정을 스티븐스에게 투영하려 한다. 스티븐스가 연극학교에서 만난 동료교사의 원나잇스탠드 상대가 되었을 당시, 그 남교사가 골칫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학생들과 감정을 섞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할 때, 그 남교사의 행동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셈인데 만약 스티븐스가 그 교사에게 동일화하지 않고 골칫거리를 안을 수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위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이 영화의 존재가치는 있다. 어렵지 않은 스토리와 잔잔함으로 이 세상의 대부분의 사..
1958년 끌로드 샤브롤은 앙드레 바쟁의 아이들인 까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들 중에서 를 만들면서 가장 먼저 감독으로 입문했다. 바로 그 유명한 누벨바그가 막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년 뒤 프랑소와 트뤼포가 를, 장 뤽 고다르가 를 발표하고 성공을 거두면서 부터였지만 끌로드 샤블롤은 그들과는 또 다른 작품세계로 누벨바그의 한 축을 당당하게 장식했다. 알려진 바로는 는 바로 개봉을 하진 못했다고 한다. 2번째 작품인 이 성공하고 나서야 비로소 개봉되었다고 하니 시작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였던 셈. 개인적으로는 의 완성도가 뛰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의 감성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히치콕 매니아로 알려져 있듯 이후의 작품세계가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였던 것에 비해 데뷔작 는 드라마였지만..
마이크 리 감독의 은 정말 완벽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TV드라마를 보는 듯 모든 장면 장면이 욕심이 없어 보였다. 편했다는 말이다. 배우들의 잔잔한 연기가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마이크 리의 영화들은 일상의 잔잔함을 응시하면서 또한 감정이 폭발하는 지점을 만들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에 이르러서는 그 감정의 폭발이라는 영화적 장치를 배제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력은 정말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V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고 얘기했듯 에는 정말 대화만 있다. 그것도 보통 수준이 높다고 하는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이론을 동원하거나 그런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