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승 감독의 '가을로'를 재밌게 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다. 두번째는 영화가 끝날 때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였다고 깨닫는 것이다. 나는 어쩔수 없이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따위의 스토리를 좀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때는 신파적인 요소가 섞여들어가면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모르기도 했다. 정윤희가 나오는 뻔한 스토리 '사랑하는 사람아'는 눈물, 콧물 짜내며 봤던 기억도 난다. 물론 이젠 능글맞아져서 세련된 신파여야만 마음을 움직이긴 하지만. 어쨌든 뻔하니, 안뻔하니 해도 멜로드라마는 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분명히 있는 거 같다. '가을로'는 치유의 과정을 담은 영화다. 그리고 그것은 용서와 받아들임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자책하는 현우는 죽은 애인이 남..
감독 김지훈보다 제작자 윤제균의 이름이 더 많이 부각된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의 블로버스터가 될 뻔했던 . 어쨌거나 감독이든 제작자든 얼굴에 똥칠한 것은 분명한 듯 하다. 그들의 목적. 과연 무엇일까? 재미로 꽉 채운 일류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내놓고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함과 동시에 돈도 벌어보겠다는 야심? 그 야심 한번 크구나. 그렇다면 최고 품질의 제품을 내놓아야 할터. 그러나 윤제균 제작, 김지훈 감독의 는 큰 야심에 맞는 큰 야망을 품는 대신 꼼수를 품어버리고 말았다. 불량식품으로 관객의 혀를 녹아내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그 꼼수. 그러므로 는 일류를 꿈꾸며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삼류를 목표로 일류의 흥행기록을 꿈꾼, 그야말로 꿈(?)의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는 무엇보다도 선배 괴수영화나..
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셜록 홈즈와 왓슨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탐정과 보조라는 인물구성이 그들만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건 아마 셜록과 왓슨이 너무나 유명한 아이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영국의 탐정의 이미지는 희미해지는데, 그것은 비단 공간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캐릭터들의 성격형성에 일단 성공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조선명탐정의 탐정(김명민)과 서필(오달수)이라는 인물은 영화를 끌고 가기에 충분히 매력적일 만큼 선명하게 부각된 캐릭터였다. 어쨌든 코믹하고 소심하고 겁도 많은 깨방정 스타일의 탐정은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았고, 특히 무거운 연기를 주로 했던 김명민의 이미지 변신은 그 자체로 꽤나..
김광식 감독의 을생계형 로맨틱 코미디라고 부르면 재미있을 것 같다.영화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두 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사랑게임이바로 먹고 사는 문제로 시작되니까 말이다.우수한 성적으로 석사까지 마쳤지만단지 지방대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젊은날의 삶이 팍팍한 세진(정유미)과쨍하고 해뜰날을 기대하며 남의 죄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까지갔다 왔지만 여전히 햇님은 구름에 가린 채 인생이 흐릿하기만 한생날건달 동철(박중훈)의 모습은 그저 평범한 이웃처럼 친근하게 다가와서살짝 미소짓게 하지만 곧 나와 별다르지 않는 그들의 고군분투(?)를보면서 씁쓸한 현실의 한 단면을 되새김질하게 만들더니기어코 따뜻한 가슴 한가운데로 쓰라린 맛 한방울 떨어뜨려 놓고 만다.그래도 그 쌉싸름함이 위궤양으로 도지지 않는 것은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