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의 원작소설 은교를 무척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정지우 감독이 를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다. 가 실망스러웠지만 와 만으로도 정지우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여전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드디어 극장에서 를 보면서 이적요(박해일), 은교(김고은), 서지우(김무열)가 만들어가는 스토리와 예쁜 화면을 주목하면서 영화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주인공 세사람 사이의 드라마에 끼어들어 감정의 공란을 채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랬다. 소설 은교가 영화 로 바뀌면서 축약된 부분을 내가 채워가며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결국 이 영화에 온전하게 몰입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좀 더 복합적으로 세사람의 관계와 심리변화에 집중했던 소설과는 달리 정지우 감독은 늙음이라는 것..
한물 간 가수가 DJ를 하고 있고, 폐지 직전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고, 새로운 PD가 온다. DJ와 PD는 서로 으르렁 거린다. 하지만 그들은 스탭들과 합심하여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기를 되살리고, DJ와 PD사이에도 따뜻한 기류가 흐른다. 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라고 하기 딱 알맞은 이야기에다 영화 먹물 좀 머리에 들어 앉았다고 착각하고 있는 나같은 인간에게는 딱 까이기 좋은 소재다. 너~~~무 전형적이다. 너~~~무 진부하다 라고. 그런데, 그랬거나 말거나... 영화가 끝날때쯤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 좋은 미소가 입가에 둥지를 튼다. 권칠인 감독의 는 너무 평범해서 단점이지만 또한 그 평범함이 장점이 된 영화다. 이 영화가 끌고들어오는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랬다. “아~~ ..
박인제 감독의 은 정부 위의 정부라 할수 있는 끝없는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이 있다는 것. 그들이 어떤 결정적 순간에 거대한 사건을 일으키고 여론을 조작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한다는 음모론을 중심에 놓고 있다. 영화가 1994년에 발암교라는 다리에서 의문의 폭파가 일어나 끊어진다는 설정에서부터 다분히 성수대교 붕괴를 떠올리게 하고, 그 외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설정을 통해 최근의 사건을 연상하게 하면서, 시의적절한 흥미를 유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윤혁(진구)이 나타나고, 이방우(황정민)기자가 사건에 개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면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타이트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영화에 임팩트를 터트릴 만한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만 것 같은 느낌이다. ..
김성훈 감독의 재미있더라. 한국영화에서 장르적으로 꽤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옆으로 새지 않고 한길로만 뚝심 있게 몰고 가는 내러티브가 좋더라. 김성훈 감독은 뭔가 메시지를 만들거나, 예술인척 노력하지 않으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런 탈취장르(?)에서의 일정한 성취를 일궈낸 듯 하다. 부패한 경찰들간의 다툼이라고 할까? 누가 더 부패했나요? 결국 더 부패한 형사는 죽고, 덜 부패한 형사는 쫓겨나는데, 그 덜 부패한 형사는 그 많은 부패한 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의문 부호를 남기고 영화는 끝난다. 한번 보자. 어머니의 장례식날 우연하게 사람을 죽였다고 착각하게 되는 형사의 고군분투. 특히 어머니의 관에 시체를 함께 묻는 장면은 효 사상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