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없거나 가난하거나 기회를 잡지 못해서 자신의 꿈에 접근조차 해보지 못했던 사브지안이 우연히 이란의 대표적 감독인 모흐센 마흐발마프 감독으로 오인받고 일어나는 일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다큐와 픽션을 섞어 만들었다. 주인공인 사브지안의 대사 중 감독이 되었을 때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는 장면이 있다. 하층민이었던 그가 평소엔 무시당하다가 마흐발마프로 오인된 이후의 그의 말은 ‘같은 말이지만’ 존중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사회가 여전히 계급사회임을 알게 해준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영화가 허구의 세계이긴 하지만 현실은 허구보다 더 허구 같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영화를 보고 있자면 사브지안이 처한 현실을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던 평범한..
남자와 하룻밤 같이 있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 아키코.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는 늙은 교수 와타나베. 그리고 아키코의 남자친구 노리아키의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별 다른 내용이 없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지난 작품인 에서도 다루었듯이 최근에는 진짜와 가짜사이의 어떤 경계점을 탐색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 같다. 첫 번째. 아키코는 하룻밤 사랑을 흉내 내면서 돈을 버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므로 그녀는 사랑을 연기한다. 하지만 씬이 길게 이어지는 첫 장면에서 아키코는 솔직히 이런 거 하기 싫다고 말해버린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두 번째. 옛 제자의 주선으로 어쩔 수 없이 아키코를 만나게 된 은퇴한 늙은 교수 와타나베. 물론 그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의를 거절한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는 내가 본 그의 영화중에서 가장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전의 영화가 이란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 좀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면 는 역시 다른 나라가 배경이긴 하나 다루고 있는 주제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것이어서 부담을 좀 덜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라는 나라와 공간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세계 어디라도 상관없는 것이다. 즉 공간보다는 주인공인 줄리엣 비노쉬와 윌리암 쉬멜이 전경에 배치된 후 보여지는 중경과 후경의 미장센과 엑스트라들이 더 중요한 영화인 것이다. 진짜 같은 복제품이라는 원제가 암시하듯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부부행세를 하는 가짜를 통해 삶 혹은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다가서려는 시도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