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수 감독의 는 그냥 한마디로 실망스런 작품이다. 2대 트로이카로 불릴 정도로 인기 있었던 장미희 주연에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윤일봉, 김추련이 나오고 더군다나 신인시절의 안성기까지 출연하지만 부실한 시나리오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개봉관에서 당시에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니... 관객들이 순진했던 건지, 장미희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아리송... 무엇보다 주인공의 방황에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감독은 무엇보다 승아의 방황에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는데, 디테일이 너무 부족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남자들 주머니를 털거나, 대입에 실패한 후 방황하다 진태에게..
내가 좋아라하는 배우 문숙. 이만희 감독이 죽은 후 한국을 떠났던 문숙. 은 문숙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의미가 있다. 문숙이 활짝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영화다. 언젠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문숙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40년의 세월을 건너 뛴 모습이지만 여전히 곱고 아름다웠다. 바로 앞에 있어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지 뭔가. 싸인이라도 받아보는 건데 하며 나의 소심함을 탓했더랬다. 문숙의 마지막 영화인 박남수 감독의 은 70년대 젊음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때 젊은이들은 참 많이도 뛰어다닌다. 혼자 뛰고, 손을 잡고 뛰고, 가방을 빙빙 돌리면서 뛴다. 마치 뛰지 않으면 젊은이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이 영화의 주인공 난영과 진호도 열심히 뛰..
1980년에 개봉된 박남수 감독의 에는 정윤희가 무척 예쁘게 나온다. 비오는 날 베이지색 레인코트를 입고 명동일거라 추측되는 거리를 걸으면서, 의상실 진열장에 전시된 붉은색 레인코드를 바라보면서 윙크하는 모습은 닭살스럽기는 하지만, 그녀의 미모를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더 할 나위 없는 인형 그 자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프닝 시퀀스의 몇 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는 지리멸렬한 영상을 견뎌야만 하기 때문이다.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수지는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방이 바뀌면서 혁민을 알게 된다. 서울로 돌아온 후 혁민이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지도교수의 남편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수지는 조류학자인 ..
꼬맹이 시절부터 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만나요를 무척 좋아했다. 그가 솔로로 데뷔하기 전에 물레방아라라는 팀으로 발표한 순이 생각도 좋아했었고, 그의 마지막 메인스트림 히트곡이라 할 얼룩진 상처까지 좋아했던 걸 보면 나도 꽤 그의 팬이었던 모양. 어쨌든 초등학교시절 담벼락에 붙어있던 장미희와 함께 출연한 영화 는 꽤나 보고싶던 영화중의 한편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30여년뒤에 드디어 이 영화를 비디오로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3000원 주고 구입한 비디오가 어찌나 구리구리뱅뱅인지 90분짜리 영화를 보는 동안 헤드만 다섯 번을 닦아야 했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이 영화가 어땠을까? 아~~~ 슬픈 계절은 사계절에 속하지 못해서일까? 박남수 감독의 1981년도 개봉작 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