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기포스터 출처 : kmdb 조문진 감독의 1979년 작품인 는 김동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시내 개봉관에서 개봉을 못하고 1980년에 변두리 극장에서 단 이틀 상영된 기록만 찾을 수 있다. 아마 개봉 보다는 문예영화로 대종상에서 상을 받아 외화쿼터를 노린 작품이었던 모양이다. 는 퀴어영화 카테고리에 넣어도 무방할 정도로 득보와 억쇠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조문진 감독은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억눌릴 수밖에 없는 사내들의 모습을 동성애적으로 보일 정도의 애착으로 드러낸다. 물론 진한 사나이의 우정으로 감추어져 있지만 말이다. 결국 스토리에서 여자들이 모두 배제된 채 남게 되는 두 남자 억쇠와 득보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표현인 주먹다짐을 통해 힘이 있으..
릴팅 Lilting 중국계인 카이는 게이인데, 엄마에게 커밍아웃하기를 망설이고 있다. 그 와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그의 연인이었던 리차드는 요양원에 홀로 남은 카이의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일종의 상실에 관한 영화인 것 같다. 아들을 잃은 엄마와 연인을 잃은 남자. 엄마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영국에 이민 온 지 29년이 되도록 영어를 못한다. 그러니 아들은 동양적 사고방식으로 사는 어머니가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이 두려워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그런 연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카이 대신 카이의 어머니를 보살피려는 리차드. 그들 사이에서 친절하게 통역을 해주는 중국계 영국인까지. 이 영화는 악역이 없다. 홍 카우 감독의 은 개개인에겐 각자..
하길종 감독의 데뷔작 은 워낙 많이 알려지고 연구되어져서 뭔가 더 새로운 걸 보겠다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리는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가 가지는 풍부한 정치적 상징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만큼이나 세련된 스타일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나는 이 영화에서 건방지게도(?)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해 내리라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대단하다는 이 영화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만족을 얻으리라 생각할 뿐이었다. 어쨌든 다양한 정치적 알레고리를 상징적 미장센으로 대체하면서, 당시 직접적인 대사나 화면으로 구구절절 설명을 통해 관객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한국영화적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은 이 영화가 당대의 어떤 영화보다 스타일적으로 앞서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나친 상징성이나 ..
이스라엘은 양가감정을 갖게 만드는 나라다. 2차 대전중의 유태인의 비극은 너무 잘 알려져 있고 영화로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한 희생자의 이미지는 보편적인 이스라엘의 이미지로 알려져 왔다. 특히 어린시절에는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더욱 미화되었는데, 사막에 물을 대고 농사를 짓는다는 식으로 대단한 나라라고 배웠고, 탈무드도 무조건 읽어야 되는 권장도서였지 않은가.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희생자로서의 이미지는 이스라엘/유태인에 대한 죄는 비단 전쟁으로 인한 독일의 죄를 넘어서서 전 인류의 트라우마가 되어왔다. 그러한 희생자의 이미지속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잔인함과 중동을 화약고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 정치적 문제들은 상당부분 은폐되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내가 좀 나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