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이었던 가 62년 4월에 개봉된 후 1년 4개월만에 네 번째 영화을 개봉한 임권택 감독은 데뷔작에서 보여주었던 시원한 활극의 재미를 에서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스피디한 내용 전개를 통해, 데뷔작에서 아쉬웠던 내러티브의 산만함을 보완하면서, 스스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파임을 충분히 각인시킨다. 물론 영화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새겨 넣는 작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관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재능을 가진 20대의 젊은 감독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진 못하겠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임권택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통틀어서도 열편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본 영화라고 할까... 영화는 정확하게 세부분으로..
안석영 감독의 1937년 작품 은 러시아의 고스필모폰드에서 발굴되었는데, 아쉽게도 14분 정도의 분량만 남아있다. 이미 완전한 작품형태로 남아 있는 1934년 작품와 1936년 작품 을 통해 당시 식민조선의 영화의 느낌과 성취를 알 수 있었는데, 비록 14분 분량이긴 하지만 을 통해서도 당시의 영화문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은 익히 알려진 고전을 소재로 사용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더 동화될 수 있었고, 인당수로 떠나기 전날의 심청의 심리묘사를 다룬 시퀀스는 꽤 와닿는 편이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 영화를 통한 당시의 평은 각색이 없다는 등 썩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영화는 릴이 시간순서대로 전해진 것 같진 않았다. 설명책자에도 그렇게 쓰고 있는데, 어쨌든 이 순서가 ..
최인규, 방한준 감독의 1940년 작품 는 일제 강점기 시절 경성소학생 신문이 공모했던 소학생 작문대회에서 조선총독상을 받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무엇보다 일제시대 시골의 모습이 참 정겹게 다가오더라. 일제가 강점하고 있기는 하나 산천은 역시 한국의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 신작로 가에 혹은 초가집 지붕 뒤로 우뚝 솟은 미루나무의 모습이 너무 정겹다. 분명 일제시대라는 비극의 시간이지만, 그 속을 흐르고 있는 정서는 낯선 정겨움을 준다. 낯설다는 것은 아마 모든 풍경은 한국이지만, 일본어를 쓰는 어린이들이 나오기 때문일 것 같다. 영화속의 어린이들은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쓰고, 하교길의 친구와의 대화나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곤 한다. 낯설다. 하지만 아마 이것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였으리라. 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