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한의원을 운영하는 김희갑과 황정순 부부. 아버지 김희갑은 부모의 허락도 받지 않은 막내딸의 연애가 못마땅하다. 이 와중에 전국 팔도에 흩어져 사는 딸들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온다. 부부는 딸들을 찾아 팔도여행을 떠난다. 첫째 은희가 살고 있는 청주에서는 시멘트공장과 충청도의 문화재를. 둘째 민자가 살고 있는 전라도에서는 넉살좋은 사위 박노식과 간척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제주도 여행을. 넷째딸이 살고 있는 부산에서는 돈은 많지만 인색한 사위에게 마음을 상하고, 셋째딸이 사는 울산에서는 비료공장을. 다섯째딸 미애가 살고 있는 속초에서는 딸의 가난한 살림살이에 가슴아파 한다. 마지막으로 군인인 아들을 방문하여 남북분단의 현장을 둘러본다. 김희갑은 막내딸의 교제를 허락한다. 환갑을 맞이하여 모인 아들 딸, 사위와..
이만희 감독의 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문정숙이 연기한 비련의 여인도 60년대 당시의 신파적 여인상에서 벗어나 있다. 장동휘가 연기하는 보스 역시 잔혹함 대신 로맨티스트의 외피를 하고 있다. 경상도 사나이 운전수인 이대엽은 여자의 과거를 묻지 않는 무척 쿨한 사나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과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시의 한국영화들이 여자의 과거와 순결에 매달릴 때 이대엽이 연기한 운전수는 그런 건 시시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만희 감독은 사랑하면 다 필요 없고 그저 사랑만 하면 되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만희 감독 정말 멋지다니깐. 여타의 갱스터 영화와는 달리 에서는 악의 씨앗을 퍼트린 주체로 등장하는 장동휘는 자신이 만든 죄의 씨앗을 스스로 거둬 들이는 순교를 택하..
이용민 감독의 1965년 작품 는 한국공포영화사에서 걸작이라고 불릴만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말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왠지 모던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모던하다... 굳이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딱히 떠오르는 단어도 없으니 일단 모던하다를 대충 해석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사전적으로야 현대적인, 현대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렇다면 나는 영화 를 어쩌면 요즘 공포영화와 비교해 봐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영화의 스타일 자체가 세련되 보인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전형적인 전근대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영화다. 남편 이시목이 양복을 입고 사업을 하는 자본가이고, 서양화가가 등장해 누드모델을 고용해 그림..
장희빈은 영화와 TV드라마에서 가장 대중적인 캐릭터중의 하나다. 그동안 배우만 다를 뿐 비슷한 내용의 영화와 드라마는 끊임없이 만들어졌고, 또 대부분 흥행이나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긴 같은 내용임에도 볼 때마다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게 되는 걸 보면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장희빈이라는 여인의 삶이 그만큼 드라마틱 하긴 한가 보다. 1968년에는 명장 임권택 감독도 장희빈을 소재로 영화로 만들었다. 제목에 요화라는 단어를 사용해 좀 더 강한 인상을 부여하고 싶었던 듯 짐작되지만 영화 자체는 조금은 평범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희빈에 대해 딱 그만큼의 정보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므로 영화 을 통해서는 재미있는 대중영화를 만들어 흥행을 하겠다는 것 외에 임권택 감독의 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