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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옥
권영순 감독의 <대지옥>은 1973년 1월 1일 신정프로도 개봉된 영화다. 당시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특수효과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고, 스케일도 큰 대작이다. 많은 제작비가 투여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당시 불황에 접어들던 한국영화계의 사정을 헤아려 보면 꽤 야심찬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70년대 들어 시작된 한국영화의 불황을 대작으로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요즘의 말로 치면 블록버스터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시절 메이저 영화사였던 합동영화사의 곽정환 제작자가 꽤 야심찬 도전을 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천국과 지옥의 세트디자인이나, 분장, 의상 등 소소한 부분까지 꽤 신경을 쓴 점은 돋보인다.
장주 임원빈은 둘도 없는 악당으로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모두 하는 인물이다. 그런 남편을 위해 아내는 부처님께 용서를 구한다, 딸 연아 역시 둘도 없는 효녀다. 하지만 집사의 계략으로 아내는 자결을 하게 된다. 이에 원빈의 죄는 하늘에 미쳐 목숨이 위태로운데, 딸 연아가 지극정성으로 부처님께 빌어 지옥의 사자를 몰아내지만 대신 연아가 죽고 만다. 원빈 역시 집사와 첩에 의해 독을 먹고 죽어 지옥에 가게 된다. 딸 연화는 목련존자에게 애원하여 지옥을 샅샅이 뒤져 아버지를 찾아내고, 임원빈은 딸의 효성에 감복하여 개과천선하게 된다.
스토리는 너무 직선적이고 단조로운 편이다. 모양새는 대작이나 내용은 대작의 품격을 갖추진 못한 건 아쉬움이다. 가장 아쉬운 건 이 영화에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갈등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동 주연이라 할 딸 연아가 아버지에 대한 그 어떤 회의나 갈등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부모이기에 섬긴다는 효의 표현은 내용의 깊이를 끌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부처도 감복하게 만든 지극한 효성이 주제로 전달되기 보다는 강요처럼 느껴지는 약점이 되고 만 것은 아닌가 싶다. 결국 권영순 감독이 연출에 꽤나 공을 들이고 있긴 하지만 좀 역부족은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반면 임원빈을 연기한 허장강의 연기가 훌륭했다. 그의 연기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함께 영화 <대지옥>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이다. 이미 노련한 경력의 배우이긴 하지만, 특히 이 영화에서 악인 임원빈의 내면과 외면을 다양한 얼굴표정과 제스처를 통해 전달하는데, 그의 연기내공이 잘 드러난 것 같다.
개봉 : 1973년 1월 1일 국도극장
감독 : 권영순
출연 : 허장강, 박지영, 사미자, 최성호, 신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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