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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는 <진짜 진짜> 시리즈를. 80년대는 <사랑만들기> 같은 청춘영화로 이름을 알린 문여송 감독. 그 외에도 다양한 멜로영화를 만들었다. 간혹 흥행에는 성공했을 지언정 완성도 있는 대표작을 한 손에 꼽기는 힘든 감독이기도 하다. <아스팔트위의 여자>1978년에 발표한 영화로 서울관객 12만여명을 동원하여 흥행에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하지만 흥행과는 별도로 나에겐 이 영화 역시 문여송 감독의 그렇고 그런 작품 중의 하나로 생각될 뿐 큰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진짜 진짜 잊지마> <진짜 진짜 미안해>, <진짜 진짜 좋아해>가 그의 영화 중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든다.


<아스팔트위의 여자>는 당시 유행했던 여성 잔혹사계열의 영화라고 할 만 하다.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여자를 당시의 사회가 어떻게 소비하고 버렸는가에 대해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주제의 심각성에 비해 감독의 역량이 미치지 못해 그저 선정적인 영화 한편이 되고 만다.




가수를 만들어준다는 약장수 천의 말을 믿고 무작정 상경한 시골 처녀 남순. 하지만 천과의 고된 생활에 염증을 느낀 남순은 도망치는 도중에 의사인 신을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신의 아이를 임신한 남순은 출산을 반대하는 신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곧 신의 집에 가정부로 취직하게 되고, 잠시 미국으로 떠난 부인을 대신해 부인행세를 하지만 천의 구타로 아이를 유산한 뒤 미쳐버리고 만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상구조가 식상하긴 하지만 스토리를 전달하려니 어쩔 수 없다 해도 남순이신에게 집착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남순에게 동일화가 되어야 이러한 여성의 비극이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연결 될 텐데, 당시 시대의 한계도 있었겠지만 결국 여성이 미치는 것 외에 아무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만다.



사실 이 영화는 남순의 캐릭터가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서 이은심이 연기한 하녀를 흉내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김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고루한 장면과 흉내내기를 통해 문여송 감독이 전달하려고 했던 건 뭔가 싶다. 철학이 부재한 모방은 결국 빈껍데기라는 걸 확인한 셈이다. 결국 돈 많은 남자는 여자를 버리고 돈 없는 남자는 여자를 돌보게 되지만,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죄와 사랑을 구걸할 수밖에 없는 여인에게는 아이도 과분한 것인가? 시대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그렇고 그런 또 한편의 영화


개봉 : 1978년 4월 8일 국제극장

감독 : 문여송

출연 : 김영란, 신성일, 백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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