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민중 시인 네루다와 그를 쫒는 형사 오스카의 이야기. 영화를 보고 있자면 희한하게도 네루다보다는 공안 형사 오스카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민중을 외치는 코뮤니스트지만 네루다는 19세기적 귀족주의의 향기가 남아있어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디선가 댓글을 보니 네루다를 강남좌파라고 표현하기도 했던데, 왠지 어울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루다와 같은 삶이 아니라 오스카 같은 삶을 살고 있고 감독인 파블로 라라인 역시 영화 타이틀은 네루다를 내세우지만,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일개 시민인 오스카의 삶에 더 다가가고자 했던 것은 아닐었을런지. 어떻게 보면 오스카의 삶은 한낱 모래 한 알의 티가 되어 사라질 삶이다. 자신이 아무리 주연이라 우겨도 결국엔 조연이다. 하지만 오스카와 같은 운..
별로 이쁘지도 않으면서 매력도 없어 보이는 여자 가영이 다짜고짜 전 남친 정훈의 집에 찾아온다.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닌 듯 정훈의 표정은 기가 막힌다다. 가영은 싫다는 걸 집요하게 하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결국 정훈은 전 여친 가영과 하루를 보내며 섹스하고 말싸움 하다 마음이 좀 풀릴 만 하니까 말도 없이 가영은 가버린다. 해변의 나쁜년이라고 해야 하나? 정가영 감독이 직접 연기한 가영이 주인공인 . 그냥 평범한 독립영화인가 보다 했는데 의외로 좋게 보았다. 그러니까 영화학교 졸업 작품처럼 보이는 건 그저 착각이다. 오히려 저예산 상업영화의 모범사례로 봐도 될 것 같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렇게나 오밀조밀하게 공간 이동해 가면서 톡톡 튀는 대사를 남발하는 시나리오도 적절하니. 정가영 이라는 젊은 여류감독..
이한 감독의 을 보고 나니, 의 성공의 여파는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의 정서라 할 그리움을 차용한 영화들이 몇 차례 개봉되기도 했고,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에 이르면 이제 힘을 다했다는 생각도 든다. 은 비슷한 정서를 시도했지만 가슴을 적시기 보다는 그저 신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포착한 전쟁 시기의 어린이 합창단이라는 소재 자체는 좋았다. 그들이 불러주는 맑고 고운 노래가 메아리가 되어 전쟁과 가난에 지친 극중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까지 적셔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내러티브 구성이 너무 진부했다. 그래서 그 노래 소리가 마음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기존 한국영화에서 이러이러한 장면들을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