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는 몇번의 아름다운 영상과 나의 감성을 녹이는 장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지루했다. 절대사랑이라는 감정을 돋보이게 하기위해 온갖 아름다운 영상 만들기는 정성스럽지만 너무나 익숙한 서사는 영상을 그림엽서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속내를 들여다보니 엄청 꼬롬한 냄새도 진동하기에 거의 3시간 가까이 화면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뜨거운 사막에서 타는 목을 움켜잡고 빨리 오아시스가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꼴이었다. 과연 안소니 밍겔라 감독은 누구에게 '누구나가' 다 아름답다고 느낄 것 같은 이런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가? 그러니까 이 영화 자체가 암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고객은 누구인가? 감독은 교묘하게 위장한 채 중산층을 위한 광대놀음을 펼친다. 여기서 말..
장 피에르 멜빌하면 현대인의 고독을 뼛속 깊은 곳까지 후벼 파는 영상이 주특기라고 할만큼 그동안 내가 본 그의 영화의 느낌은 아랑 드롱의 잘생긴 얼굴에 고독이 조각칼이 되어 주름살을 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그의 후반기의 작품에서는 고독이 그 자체로 주제가 되어 장르를 아우르고 있을 만큼 잘 그려내고 있다고 본다. 어쨌든 그의 이런 성향은 지속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이 나 을 보면서 한번 더 느껴본다. 물론 후기작만큼 고독이 사무치진 않지만 그래도 그 정서는 짙은 커피향같은 여운으로 공기속을 떠돈다. 2차대전중인 프랑스의 시골마을. 하지만 전쟁의 상처가 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전쟁은 배경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과부인 바르니가 재미없는..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가슴 한 구석에 바람 한줄기 지나갈 길을 만드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면... 스산한 바람 한줄기 휙~~ 하고 지나간다. 감성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군국주의가 한창이던 1944년 군 홍보영화처럼 만들어 놓고는 보고 났더니 반전의 메시지가 조용한 폭풍처럼 달려드는 영화가 바로 이다. 이 영화를 만든 이후 기노시타 감독은 활동에 제약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은 일본인이라고 불리며 일본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이 일본이라는 땅에서 칼의 역사를 살아냈다는 것. 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비극을 가슴에 품는 법을 터득해 냈다는 것을 존중한다. 하지만 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