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길종 감독의 유작 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완성도 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전작인 의 영광을 생각해도 그랬다. 하지만 그저 그런 영화라고 단순하게 말할 성질의 영화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탄탄해 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힘은 빠져 보였다. 어쩌면 하길종 감독은 처음부터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구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의 속편이어서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당대 유신 체제에서 숨 막혀 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아닌 척 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으로부터 3년후. 병태(손정환)는 병장말년이다. 곧 제대를 앞두고 있다. 영자(이영옥)가 면회를 온다. 영자가 그리웠던 병태는 영자를 붙잡지는 못한다. 병태가 제대하고 영자는 졸업한다. ..
최인현 감독의 1970년 개봉작 을 보고 난 후, 혹시 이런 영화에 발견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감상했던 몇 편의 최인현 감독의 영화는 그저 평범한 한국영화였을 뿐이었다. 물론 이 영화도 대단한 걸작이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시의 평범한 한국영화의 수준을 보여 주거나, 조금 더 잘 만든 영화 정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당시 젊은이들의 처지(?)를 상당히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상황에 공감되는 바가 컸다. 이 영화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하루 데이트마저 쉽게 하지 못하는 가난한 연인들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 속엔 한국이라는 사회가 고스란히 축소되어 있었다. 가난한 연인..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이 시작되면서 에릭 로샹은 동정없는 세상 한편으로 프랑스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만큼 동정없는 세상은 힘이 있는 영화다. 고학력이면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는 이뽀라는 실업자의 생활을 통해 감독은 고도로 발전했다고 하는 이 세상이 젊은이들에 과연 무엇을 주었는가?를 보여준다. 그 희망없어 보임을 통해 에릭 로샹은 세상을 향한 분노를 표출한다. 90년대 접어들면서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는 붕괴했고 그로 인한 유럽의 통합은 과속화됨으로써 유럽은 거대한 시장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자본주의는 가속도를 내고 달린다. 이렇듯 급박한 이데올로기의 붕괴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감독은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