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감독의 는 결혼으로 은퇴했던 60년대 트로이카중의 한명이었던 남정임이 이혼 후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다. 으로 한국 영화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면서 멜로영화에서 만큼은 중요한 파워를 가진 정소영 감독이라면 남정임으로서도 몇 년의 공백과 이혼이라는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복귀가 되리라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만남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진 못한 것 같다. 일단 영화 자체가 전형적인 70년대 멜로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고, 정소영 감독의 연출 역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애(남정임)의 고통과 그녀의 딸인 은아의 노력으로 남편(윤일봉)의 용서를 받고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80년대에 들어와서도 악명높은 검열은 여전했다. 왜 아니겠는가? 떳떳하지 못한 전두환 정권시절이니 누가 뒷담화라도 할까봐 날이 서있던 시절인데... 그 시절에 이장호 감독은 20여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의 속편 를 만들기로 한다. 그런데 제목이 사회를 어둡게 그리고 있다는 이유로 반려. 이렇게 고치고 저렇게 고쳐도 계속 반려. 보다 못해 화가 난 이장호 감독이 아무거나 골라달라며 제목을 여러개 가지고 갔는데 그때 검열관이 골라준 제목이 바로 바보선언이었고, 그렇게 이라는 실험적인 영화는 태어났다. 그러므로 에는 한국땅에서 영화를 한다는 감독의 절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다. 사회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밝은 앞날을 고민하고 싶은 열망은, 전두환 세상이 곧 천국인데 뭔 비판이냐며 악착같이 입에 칼 물..
임권택 감독은 70년대 유신정권이 요구했던 국책영화도 종종 연출하곤 했다.76년에 개봉된 도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중의 한편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이만희 감독은 국책영화인 를 전혀 국책스럽지 않게 만들었다 하여 그의 반골기질이 평가받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임권택 감독은 을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만희는 반항하는데 왜 임권택은 반항하지 않고 유신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느냐 하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임권택이 만든 반공국책영화에서도 체제나 이념보다는 인간이 중심에 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임권택 감독은 시스템에 표면적으로 저항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실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만희의 방식과 임권택의 방식. 어떤 것이 더 낫다고 쉽게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