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일지매 부정부패와 탐관오리의 학정이 극에 달한 조선 말엽. 김만근과 그 일파는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 즈음 마을에는 양민을 돕는 일지매라는 사람이 출몰하여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어 의적이라 불리고 있다. 덕진이 바로 그 일지매다. 그는 김만근 일당을 쳐부술 생각에 가득하다. 그의 여동생 연화는 기생으로 위장하고 있다. 인걸은 박흥수라는 가명으로 그들과 만난다. 그 역시 김만근 일당을 쳐부수려 하는데, 그는 김만근의 애첩 도금봉에게 청을 넣어 금부도사가 된다. 박흥수는 덕진이 일지매라는 것을 알지만 그런 그를 그냥 내버려둔다. 알고 보니 흥수 역시 일지매 가면을 쓰고 덕진을 돕고 있다. 연화는 예전 어린 시절 인걸과 이미 정혼했던 사이였다. 인걸 역시 숙향 아..
신상옥 감독의 은 안타까운 사랑이 있는 재미있는 멜로드라마다. 조선에서 태어났다는 카지야마 토시유키의 원작을 각색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 오영일이 연기하고 있는 노구찌가 아마 그의 분신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태어난 노구찌(오영일)는 일본인이라는 우월감이 없는 여학교의 미술선생이다. 그는 조선을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며 조선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으려고 하는데, 어느날 독립운동을 하는 동호(이대엽)을 숨겨준 후, 그의 소개로 한국 전통춤을 추는 영순(문희)을 만나게 되고, 이후 한국 춤의 매력에 빠져들며 영순을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라면 인물들을 전형적인 조선인, 일본인이라는 이분법으로 그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있었을 법한 다양한 인물군상..
윤용규 감독의 을 보고 나면 한편의 서정시를 읽은 듯 차분한 마음이 든다. 더불어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도성의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 한쪽이 묵직해져 온다. 1949년에 개봉된 은 아마 광복 이후 4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걸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시의 영화들이 대부분 유실되어 비교해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걸작이라는 말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을 관통하는 정서와 비애감을 드러내는 유려한 카메라와 편집 등 내용과 더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1948년에 개봉되었던 최인규의 와 비교해 봤을 때, 그 일취월장한 완성도가 이후 50년대 영화와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도성은 자신의 어머니도 서울아씨(최은희)처럼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인 윤용규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