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한척이 안개를 뚫고 해안가로 오고 있는데, 배 안의 사람들은 다 목에 물린 자국이 있다. 미국에 유학중인 성혜가 갑자기 귀국한다. 겁에 질려 있는 성혜를 약혼자이자 의사인 장충환이 치료하고자 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한다. 어느날부터 목에 이빨 자국이 난 채 피를 빨린 시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배를 타고 들어온 드라큐라의 소행이다. 드라큐라는 성혜를 따라 왔던 것, 성혜마저 드라큐라에게 물려 흡혈귀가 되자 장충환은 결심을 하는데, 결국 드라큐라는 십자가도 마늘도 소용없자 스님의 염주에 의해 퇴치된다. 서구의 고전인 F.W. 무르나우의 를 번안해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국의 장의사나 스님이 등장하니 뭔가 친근감도 느껴진다. 드라큐라 캐릭터는 토드 브라우닝의 에서 그대로 가져온다. 1980년..
이원세 감독의 는 비밀의 간직한 배정숙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주로 소설가인 유태준의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러니까 유태준이 궁금해 하는 만큼 관객들은 궁금해하고, 유태준이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 만큼 관객들도 알게 된다. 정숙(김자옥)은 귀갓길에 자신을 따라오는 소설가 유태준(박근형)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 조금씩 자신에 대해 숨기는 것이 있다. 하지만 곧 유태준이 이혼한 상태이며, 아내는 정숙에게 태준을 부탁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가 어떤 사연으로 이혼했고, 왜 아내가 그토록 정숙에게 관대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제 남은 건 정숙의 비밀. 그녀에겐 자신이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대근)이 찾아오고, 민상기라는 남자도 찾아온다. 유태준은..
전응주 감독의 1974년 작품 는 올레TV의 영화채널을 돌리다가 발견해서 감상하게 되었다. 60년대에 활동했던 전응주 감독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보았다. 이 영화는 그의 후기작이라고 할 만 하다. 그의 이름은 한국영화사에서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는 셈인데, 를 보고 나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오랜 경력에 비해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그러니까 구닥다리 한국영화에 이제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나는 그럭저럭 볼 만 했다.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던 장일환(김진규)은 20년만에 귀국한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 수정(태현실)과의 추억이 깃든 산장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수정이 아직 그 산장에서 딸 은희(김미영)와 함께 살고 있..
강대선 감독의 1972년 작품 은 청소년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을 위무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청소년이지만 그들의 고민은 화면에서 실종되고, 그 자리엔 어른들 혹은 기성세대의 불안감이 강박관념이 되어 넘쳐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또 궁금해지는 건, 한국에서 1970년대의 시작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하는 거였다. 서구에서는 68 혁명, 히피등 어떤 면에서는 급작스런 변화가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 물결은 아무리 박정희의 폐쇄정권이었다 하더라도 한국에 밀려왔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 성의 개방화등등 많은 영향이 있었을 것같고 말이다. 언뜻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변되던 청년문화가 떠오른다. 하지만 ..